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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20대 초반 남성 ‘작업실’까지 갖추고 불법스포츠토토에 베팅

2015-11-06

더 무서워진 ‘도박의 늪’ 남녀노소 안가린다

20151106
대구시 동구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10여 명의 도박꾼들이 화투 패를 돌리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9월 총 33명의 도박꾼들을 불구속 입건하고,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폭력배 4명을 구속했다. <대구 동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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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스크린경마장에서 참가자들이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최근 SNS는 물론 인터넷 방송 등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광고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등 갖가지 댓글로 누리꾼을 현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와 더불어 기존 오프라인 도박장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바다이야기 등 성인용 사행성 게임장은 물론 도심 식당, 사무실, 공공장소 등지에서 버젓이 도박장이 개장되다 보니 일반 시민까지 도박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 인터넷 도박 빠지는 20~30대

20대 초반 남성 A씨는 대학도 졸업하기 전 부터‘사장님’이란 호칭을 듣고 있다. 불법 스포츠토토 사무실을 운영하며 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 평균 수입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어렵게 만난 A씨는 “불법인 것은 알고 있지만 조금만 투자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친구·후배와 같이 불법 스포츠 토토에 참가하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내가 아는 대구지역 사무실만 50여 개다. 업계에서는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실까지 운영하며 참가하는 도박의 종류는 ‘양방’이다. 이는 일종의 보험도박으로 국내외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경기에 승과 패 모두에 베팅하는 게 핵심이다. 즉 어느 쪽을 투자해도 수익이 나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다양한 불법도박 사이트의 배당률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구·경북 ‘작업실’전국 최다
승패 배당률 반대인 경기만 골라
두 도박 사이트에 따로따로 베팅
이기든 지든 돈따는 ‘양방’성행
대구에만 50곳…직원까지 고용

독버섯처럼 확산
아파트 인근서 차량으로 가리고
단속 망보는 인원도 배치해 도박판
노인들은 사무실 개조해 화투방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접근 가능


예를 들어 야구 경기에서 대구팀과 경북팀이 맞붙을 경우 B사이트는 대구팀 승리에 2.5배, C사이트는 경북팀 승리에 2.5배 배당을 약속한다. 이때 A씨가 100만원씩 양쪽에 모두 베팅하면 건 돈은 모두 200만원이다. 하지만 A씨는 어느 팀이 승리하든 2.5배의 배당률을 적용받아 총 250만원을 벌게 된다. 승패에 관계없이 50만원을 얻게 되는 것이며, 이렇게 10~20%대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40만원 이상을 벌게 된다.

이 같은 양방은 스포츠 경기 외에도 홀짝으로 된 사다리 결과를 맞히는 ‘사다리게임’ 등 사행성이 짙은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다.

A씨는 “돈을 걸어도 배당금을 주지않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먹튀’만 조심하면 된다. 먹튀를 고려해도 1천만원 예산으로 3~4명이 함께 작업할 경우 최소 2천만원은 번다”며 “사무실의 대부분이 20~30대다. 경찰 단속을 알고 있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나 역시 다른 사무실에서 일을 배운 뒤 개인 사무실을 차렸다. 2~3개월만 하면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지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불법도박 사무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공장소에서 도박 40~60대

“1땡이다, 1땡. 이번 판은 내가 잡았네.”

지난 3일 오후 8시30분쯤,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는 10여 명의 남성이 원형으로 모여 있었다. 한겨울이 아님에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이들은 저마다 손에 만원짜리 지폐를 한 움쿰 쥐고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교묘하게 도박판 주변을 차량으로 막았다. 언뜻 보기에는 그들이 모여 앉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모여 앉은 노상에는 신문지 3장이 깔려 있고, 그 위에는 알록달록한 화투가 놓여 있었다. 노상에서 공공연하게 도박을 하고 있었던 것. 이른바 ‘섯다’를 하는 이들은 4명이었고, 나머지는 구경하거나 망을 봤다. 이들은 화투를 배분하고 각자 돈을 건 뒤, 더 높은 패를 가진 사람이 바로 돈을 가져갔다. 한 게임에 길어봐야 2분 정도 걸렸으며, 베팅 화폐는 주로 만원권이었다. 10분여 간 지켜본 결과, 순식간에 100여만원의 판돈이 오갔다.

이들은 도박장 주변을 지나다니는 시민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경찰 단속을 대비해 도박장 근처에 망보는 이들을 배치해서다. 경찰이 진입할 수 있는 곳에 두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또 다른 두 명은 상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망을 보고 있었다.

인근 상인은 “이들은 원래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서 도박을 했지만 민원과 신고가 이어지면서 자리를 상가 앞으로 옮겼다”며 “이런 식으로 도박을 하는 곳이 달서구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원에 게시된 도박 금지 플래카드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오후 2시30분,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한 화투방에는 30여 명의 노인이 모여 있었다. 기존 사무실을 개조한 듯한 공간에는 노인 5명이 화투를 치고 있었다. 화투 게임이 끝나자 한 노인은 밀폐 용기에서 동전을 꺼내 돈을 지불하기도 했다. 하루 최대 획득할 수 있는 액수(5천원)가 정해져 있지만 노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노인들 역시 이른바 ‘화투방’으로 몰리고 있다. 기존 노인 여가시설에 염증을 느낀 이들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화투방에 출입하는 노인이 늘고 있는 것. 현재 대구시 중구에 성업 중인 화투방만 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도박 근절을 위한 제도 강화돼야

상황이 이렇자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내년 2월9일까지 100일간 불법 사이버도박 척결을 위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특히 집중단속 기간에는 운영자 중심 처벌에서 벗어나 도박사이트 운영·협력자 외 도박 행위자도 원칙적으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추교현 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상담사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도박을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마땅한 규제가 없고 새롭게 개설되는 도박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어 현실적으로 근절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찰에 의해 적발된 인원보다 도박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전 세대에 걸쳐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며 “특히 중학교 때부터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한탕주의’에 빠진 20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일을 해야 하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박 중독자를 위한 재발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누리꾼이 불법 인터넷 도박장 적발 시 이를 즉각 신고·폐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 최근 11개월간 도박 중독 상담 건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 상담자 연령 비중
 (2014년 12월~2015년 10월말 현재)
연령대 비중(%)
19세 미만 3
19세~29세 34
30~39세 33
40~49세 14
50~59세 9
60세 이상 7
 <자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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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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