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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있는 이야기 .1] 육개장 발상지 대구

2015-11-10

개고기 대신 쇠고기 넣어 화끈얼큰하게 끓여내 ‘代狗湯’이라 불렸다

20151110
육개장 발상지인 대구에는 국일, 교동, 대구, 한일 등의 따로국밥형을 포함해 대덕식당, 옛집, 벙글벙글, 종로 진골목, 온천골, 조선육개장, 장작불형 등 모두 8종류의 육개장이 있다.
[대구의 맛있는 이야기 .1] 육개장 발상지 대구
따로국밥에서 선지만 뺀 스타일인 옛집 육개장. 종로 진골목, 벙글벙글 식당과 함께 ‘대구식 육개장 집’으로 분류된다. 사골로 육수를 우리고 양지머리 대신 사태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시리즈를 시작하며…

최근 들어 대구가 국내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지도와 셀카봉을 손에 든 여행객들이 곳곳에 북적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외지 관광객 사이에서, 대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이는 납작만두를 먹기 위해 미성당을 찾고, 누군가는 안지랑곱창골목에서 막창과 곱창 맛에 푹 빠진다. 여성들은 대구의 커피 순례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구 음식에 담겨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또 한번 열광한다. 육개장의 발상지가 대구라는 사실에 놀라고,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공장(북구 노원동 풍국면)이 대구에 있다는 것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여행은 재미를 더한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매주 1회 ‘대구의 맛있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대구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대구의 음식 이야기를 8회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먹방 여행’을 위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제강점기 대구서 시작된 향토음식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 양념으로 사용
서울 쇠고깃국은 고춧가루 안 들어가

따로국밥은 6·25 피란시절 처음 등장
대구 육개장 모두 8가지 스타일 존재
선지·사태·사골육수 등 넣어 다양화


#1. 서울 토박이는 육개장 외면

“육개장 고향이 어디고?”

“서울 아이가?”

“아이다, 대구라 카더라.”

“….”

의외로 많은 사람이 육개장 발상지를 서울로 잘못 알고 있다.

서울에는 대구와 같이 얼큰하고 매콤하고 화끈한 스타일의 육개장이 없다. 서울역전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근처 당면까지 들어가는 잡탕국 같은 육개장을 서울 버전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이 스타일은 전국 각처 쇠고깃국의 혼합 버전쯤으로 보면 된다.

안국동, 북촌 등 서울 양반가 쇠고깃국은 경상도 기제사 탕국처럼 말갛다.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를 사용한다. 그런 반가 여자가 대구로 시집을 오면 얼큰한 국을 잘 끓이지 못해 시아버지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상경한 타지인들이 서울 정착과정에서 업소용 ‘서울식 육개장’을 태동시킨다. 이건 뭉텅뭉텅 썰어낸 대구의 각종 쇠고깃국 레시피와 좀 다르다.

‘양지머리와 사태를 소양 등과 함께 푹 삶아서 건져내고 국물은 식혀서 기름을 걷어낸다. 건져낸 고기는 결대로 찢거나 칼로 썰고 소양도 저민다. 이 고기와 소양을 진간장, 다진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등으로 양념한다. 한편 고춧가루에 참기름을 넣어 잘 개어놓고 파를 데쳐 놓는다. 이들을 끓어오르는 장국에 넣어 한 소끔 끓여낸다.’

1985년에 나온 여성지 ‘주부생활’에 소개된 육개장 레시피. 이게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이 육개장 발상지로 잘못 전파된다. 1993년 대구시가 ‘따로국밥 브랜드 만들기’에 나설 때만 해도 서울은 육개장, 대구는 따로국밥의 고장으로 알려진다.



#2. 일제강점기 육개장은 대구탕으로 불려

육개장·따로국밥·쇠고깃국의 교집합은 헷갈린다. 물론 셋 다 소가 주재료다. 식재료는 물론 육수 내는 법도 서로 다르다. 육개장은 결대로 찢어 각종 채소류를 잡채처럼 섞어 끓인다.

일단 대구맛의 출발은 누가 뭐래도 육개장. 그런데 대구 육개장의 근원을 찾다보면 중간에 복병을 만난다. 바로 ‘따로국밥’이란 정체불명의 쇠고깃국이다. 우리는 둘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는다. 그냥 따로국밥에 육개장을 포함해버린다. 쇠고깃국의 한 종류인 육개장은 따로국밥의 선배격이다. 역사도 육개장이 훨씬 장구하다. 육개장은 훗날 남한에서는 ‘보신탕’, 북한에서는 ‘단고기’로 불리는 ‘개장국’에서 파생됐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대구 지역의 어른들은 개 대신 쇠고기를 사용해 끓인 국이란 뜻으로 육개장을 ‘대구탕(代狗湯)’이라 했다.

따로국밥은 등장한 지 이제 60년 조금 넘었고 육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대중화된다. 지금처럼 미세한 분말 같은 고춧가루는 일본에서 도입된 제분기가 없으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다. 아무튼 고춧가루를 만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토장국, 장국밥, 우거짓국, 선짓국, 곰탕, 설렁탕 등이 대세였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방앗간을 통해 고운 고춧가루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화끈얼큰 육개장 시대가 열린다.

현재 대구십미의 첫째 음식은 ‘따로국밥’. 이걸 다들 육개장과 동격으로 본다. 그럼 곤란한 일이 생긴다. 무려 10여종에 달하는 대구의 다양한 쇠고깃국을 세밀하게 분류하기 어려워진다. 대구를 육개장의 도시로 특화시키는 데 큰 혼란이 가중된다. 몇년전 대구시가 용역을 통해 대구 육개장과 따로국밥의 족보를 파헤친 적이 있다. 또한 육개장 아카데미를 통해 대구 쇠고기 국밥의 원류찾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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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에서 선지만 뺀 스타일인 옛집 육개장. 종로 진골목, 벙글벙글 식당과 함께 ‘대구식 육개장 집’으로 분류된다. 사골로 육수를 우리고 양지머리 대신 사태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3. 대구는 육개장의 발상지

육개장의 발상지는 ‘대구’다. 그 증거는 몇몇 자료와 증언에서 포착된다.

1926년 5월14일자 동아일보 기사 중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서울 공평동에도 ‘대구탕반’이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1929년 12월1일자 종합잡지 ‘별건곤’ 중 ‘달성인’이란 익명의 필자가 적은 ‘대구의 자랑 대구탕반’ 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대구탕반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대체로 개고기를 한 별미로 보신지재(補身之材)로 좋아하는 것이 일부 조선 사람들의 통성이지만, 특히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은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살피고 또는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서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쇠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것인데 시방은 큰 발전을 하여 본토인 대구에서 서울까지 진출을 하였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란 책에서도 육개장을 대구의 명물로 소개한 바 있다. 한국요리문화사의 초석을 세운 이성우 교수는 물론 소설가 김동리 등 명사들도 대구탕을 한국의 대표적 육개장으로 인정했다.

대구 육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 국이 끓을 때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녹인 쇠기름으로 고추기름을 만들어 양념으로 집어넣는다. 대구는 매운 육개장이 태동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다. 생리적으로 매운 육개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고춧가루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여름에는 땀을 배출해주고, 겨울에는 찬 몸을 덥혀주는 구실을 한다.

한말 때만 해도 대구읍성 근처 육개장은 지금만큼 붉지 않았다. 대구의 대표적 해장국집이었던 옛 만경관 근처 청도집(1942년 오픈했다가 90년대 폐업)의 경우도 고춧가루가 거의 배제된 우거지해장국 스타일이었다.

#4. 대구육개장의 다양한 스펙트럼

육개장은 6·25전쟁 대구 피란 시절 따로국밥으로 파생된다. 조선조 양반은 국에 밥을 말아 먹지 않았다. 그런 양반이 초창기 국에 밥을 만 국밥을 접하곤 국과 밥을 따로 달라고 원하면서 따로국밥이 국일따로에서 탄생된다.

현재 대구에는 따로국밥을 포함해 다양한 육개장이 존재한다. 크게 보면 국일, 교동, 대구, 한일 등의 따로국밥을 비롯해 대덕식당, 옛집, 벙글벙글, 종로 진골목, 온천골, 조선육개장, 장작불 등 모두 8개 스타일이 있다.

일단 따로국밥은 여느 육개장과 달리 반드시 사골육수 베이스에 대파를 주재료로 선지를 사용한다. 이 레시피는 피란기 전국 각처의 주막·장터국밥이 대구 육개장과 섞이면서 파생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육개장 육수를 사골육수로 대체하고 선지가 들어가면 따로국밥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앞산순환도로상에 있는 ‘대덕식당’은 선지해장국으로 따로국밥과 육개장과 조금 거리가 있다. 사골육수와 선지는 사용하지만 채소류는 우거지와 토란대만 들어간다.

대구식 따로국밥에서 선지만 뺀 스타일은 올해 67년 역사의 중구 서문교회 근처에 있는 ‘옛집 육개장’ ‘종로 진골목 식당’, 2·28기념공원 근처에 있는 ‘벙글벙글’ 등이 대표적인데, 이 업소들은 따로국밥 대신 ‘대구식 육개장 집’으로 분류해야 된다. 모두 사골로 육수를 빼내고 양지머리 대신 사태살을 사용한다.

그런데 경산 성암산 쇠고깃국에서 파생된 ‘온천골’은 사골 육수 대신 양지머리 육수를 사용하는 게 큰 특징이다. 최근 등장한 ‘조선육개장’은 다른 업소와 달리 서울식 육개장처럼 사태살을 결대로 찢어내는 게 특징이다. 국물이 가장 진한 곳은 종로 진골목과 조선육개장. 다른 곳은 가스불을 사용하지만 아직 장작불로 국을 끓이는 곳은 반월당 근처 ‘장작불국밥’이다.

대구 육개장 맛의 원천 중 하나는 ‘다끼파’. 1972년 경지정리로 인해 사라지기 시작한 이 파는 화원유원지 건너편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모래사장에서 재배됐다. 창업 200여년을 맞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종자회사인 ‘다끼이’가 일제강점기에 종자를 국내에 퍼트린 것으로 보인다. 다끼파는 크지가 않다. 요즘 개량종의 반 정도밖에 안 된다. 잎파가 아니고 ‘뿌리파’ 계열이다. 육개장이 맛있으려면 잎보다 뿌리파가 제격이다. 다끼파는 자줏빛이 감돌고, 양파 못지않게 매워 겨울 제철에 육개장 맛을 더욱 진국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명맥이 끊어져 맛볼 수 없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취재후기

현재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다양한 쇠고깃국이 존재한다. 서울경기는 물론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 등에서도 우리처럼 얼큰한 국은 없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에는 무려 8개 스타일의 쇠고깃국이 있다. 문제는 명칭이 통일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한다. 우리는 아직 그 많은 국을 ‘따로국밥’이라 통칭한다. 이제는 따로국밥과 대구 육개장을 분리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 많은 대구식 쇠고깃국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홍보할 수 있는 ‘대구 육개장 투어’를 론칭할 것을 제안한다.

공동기획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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