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교통환경 필요” vs “사실상 금연 강제 부담”
중개기능에 집중된 ‘공공형’ 대구로택시 구조상 도입 한계도
기사들의 자발적인 환경 조성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대구로택시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택시 호출 앱 '대구로 택시'에 '비흡연 차량 호출' 기능을 도입하자는 시민제안이 나왔다. 쾌적한 교통환경 조성이라는 긍정적 기대가 있는 반면, 기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금연 강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제안은 지난달 28일 대구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 '토크대구'에 게시됐다. 제안자는 "택시를 이용할 때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해 창문을 열고 싶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며 "비흡연 차량 호출 기능이 추가된다면 시민들에게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흡연 기사들의 경우 배차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금연을 결심할 수 있다"며 "비흡연 차량 호출제는 승객 편익뿐 아니라 운전자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시 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 공기청정기 설치 방안도 함께 제안하며 "비흡연 차량 호출과 공기청정기 설치가 병행된다면 담배 냄새는 물론 미세먼지 문제도 완화돼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토론 게시판에는 "아주 좋은 제안이다", "흡연 운전자 차량의 담배 냄새는 참기 어렵다. 특히 여름철 장거리 이동 시 고역이 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어머니를 모시고 택시를 탔는데 담배 냄새 때문에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의 첫인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경험담을 전했다.
반면 기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흡연 여부는 개인의 자유인데, 제도가 시행되면 사실상 금연을 강제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승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흡연 차량을 고를 수밖에 없고, 결국 흡연 기사는 배차가 줄어든다"며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경영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구는 이미 택시 과잉공급으로 승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흡연 택시'라는 낙인이 찍히면 경쟁력이 떨어져 일부 기사들은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대구로 택시'의 운영 방식으로는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택시 등 가맹형 플랫폼과 달리 '대구로 택시'는 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단순 중개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특정 규제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도적 장치보다는 업계 활성화를 위한 기사들의 자발적 참여와 환경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번 제안에 대한 온라인 공감 토론은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박영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