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제가 몰고 온 총선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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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TK(대구·경북) 새누리당 경선이 ‘상향식 공천’에다 ‘진박(眞朴)대(對) 비박(非朴) 프레임’으로 치열해지면서 지역 내 막강한 조직을 가진 ‘슈퍼 갑’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속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초단체장들은 당적(黨籍)을 갖고 있는 정치인에 분류되지만 공식 입장은 ‘중립’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에 따라 공무원인 기초단체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표가 아쉬운 예비후보자들은 기초단체장의 속마음을 잡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다.
기초長 공천권 행사하던 의원조차
한표가 아쉬운 당내 후보경선 코앞
'乙’의 입장서 “도와달라” 부탁
내심 지원·지지…중립 지키기…
정치구도 따라 단체장들 속내 다양
◆기초단체장이 당락을 결정?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는 TK 총선 출마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인 시장, 군수, 구청장이다. 이들은 시·구·군청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를 통해 일상적으로 주민 및 당원들을 만나는 데다 각종 관변단체도 사실상 관리한다.
특히 이번 총선의 경우 상향식 공천이 상당 부분 도입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20대 총선 TK 국회의원은 기초단체장과의 관계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해당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했던 현역 국회의원조차 이젠 ‘을’의 입장에서 기초단체장들에게 부탁을 하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상당수의 예비후보자가 출마 전 해당 지역 단체장들을 만나 출마의사를 전하는 것으로 총선 행보를 시작하며, 개인적으로 당내 경선에서의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 또 각종 행사에서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기초단체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한 기초단체장은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예비후보들이 요즘은 귀찮을 정도로 찾아오고 연락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초단체장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2년 전(지방선거)과는 태도가 많이 변했다”며 뒤바뀐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 전했다.
◆현역? 중립? 야당?
대구지역 단체장들의 속내는 지역 정치구도 및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다.
먼저 류한국 서구청장은 현역인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을 내심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류 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 새누리당 경선에서 강성호 당시 서구청장에 밀려 2위로 낙천했지만, 현역인 김상훈 의원의 측면 지원 속에 경선 결과가 철회돼 새누리당 공천권을 받았다”면서 “더구나 강 전 서구청장이 윤두현 예비후보(전 청와대 홍보수석)를 공식 지지하고 나선 만큼 다음 공천을 위해서도 김 의원을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순영 중구청장과 임병헌 남구청장도 현역인 김희국 의원(대구 중구-남구)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3선으로 출마제한에 걸려 다음 공천에 목맬 필요가 없는 만큼 그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현역 국회의원과의 의리를 지킨다는 분석이 많다.
초선인 배광식 북구청장과 강대식 동구청장은 외부적으로는 중립적이라는 평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배 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역인 서상기 의원(대구 북구을)과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의 지지를 받지 않고도 경선에서 승리한 만큼 이번 총선에서 괜히 개입해 다른 후보들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또 “강 동구청장은 심정적으로는 자신에게 공천을 준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고 싶겠지만, 진박(眞朴)과 비박(非朴)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동구갑과 동구을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구청장은 외부행사 참석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실히 공무원 신분’인 정원재 달서구청장 권한대행의 경우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의 사퇴로 임시 권한대행을 맡은 만큼 엄정 중립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TK에서 유일하게 치열한 여야 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수성구갑’의 기초단체장인 이진훈 수성구청장의 입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 구청장의 경우 당적은 새누리당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과 고향(상주)이 같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으면서 김부겸 전 의원의 고향 선배인 이진훈 구청장이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며 “이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수성구청장 출마를 고려 중인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김문수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묘한 대비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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