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DGB갤러리서 윤장렬展
흔한 꽃 아련하고 환상적으로 표현
29일까지 수성아트피아서 류시숙展
능소화·도자기로 선비정신 그려내
윤장렬 작 ‘Flowers’ |
류시숙 작 ‘세상을 품은 달 항아리’ |
봄이 한껏 무르익은 5월의 끝자락, 화려한 꽃들로 전시장을 꾸민 꽃그림 전시 2개가 눈길을 끈다.
서양화가 윤장렬은 맨드라미, 엉겅퀴 등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을 소재로한 ‘Flowers’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이다. 들판에 수없이 피어있는 꽃들을 화폭 가득 담아낸 그의 작품은 땅에서 쑥쑥 솟아나온 강렬한 색상의 꽃봉오리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꽃의 색감이 주는 강렬함과는 달리 붓끝으로 가볍게 터치하듯이 대상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은 표현기법은 작품에서 무언가 아련함을 주는 것을 넘어서 환상적인 이미지도 자아낸다. 눈부신 햇빛 같기도 하고 안개가 살짝 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이미지는 일상적 풍경을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이상세계의 모습처럼 다가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황청원 시인은 이같은 윤 작가의 그림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찾기도 했다. 황 시인은 “윤장렬로부터 생겨난 저 꽃들에게서 등기대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들을 발견하게 된다”며 “그는 그냥 손의 붓질로 화폭에서 끝점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 보는 이의 내면에 마음의 붓질로 그 끝점을 찍어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23일부터 27일까지 DGB갤러리(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꽃에서 벗어나 연못, 숲 등의 고요한 자연풍경을 담아낸 ‘Natural’ 시리즈도 보여준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윤 작가는 26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250여회 참여했다. (053)740-2893
옛날에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때문에 능소화를 ‘양반꽃’이라고도 했다. 능소화를 소재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류시숙은 그동안 능소화에 귀여운 모습의 양 등 다른 소재를 조화시킨 작품들을 보여줬다.
24일부터 29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펼쳐지는 17번째 개인전에서 류 작가는 능소화와 도자기의 만남을 시도했다. 활짝 핀 능소화 다발과 달항아리, 청자들을 조화시킴으로써 선비의 정신을 보여주고자 한다. 선비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했던 이들 도자기 역시 선비 같은 고고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서양화이지만 그의 그림은 한국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같은 소재 선택이 큰 영향을 준다. 동양의 색인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동양화의 특성을 살려준다. 청을 중심으로 적, 황, 백의 조화로 동양화가 가진 여백의 미를 드러낸다.
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의 놀이적 특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크릴 재료의 자유로운 물성을 이용해 유희적인 놀이라고 할 수 있는 흘리기, 붓기, 뿌리기, 덮기, 긁기 등 다양한 기법으로 바탕화면을 만들어갔다. 이런 유희적 기법은 도자기의 제조과정과도 일맥상통한다. 도자기 역시 선조들이 재미있는 놀이 속에서 미적 요소를 찾아 만들어진 것이라는 류 작가의 해석이다.
류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경북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현대여성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053)668-1566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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