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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금주의 영화] 골드·나의 딸, 나의 누나

2017-03-24

하나 그리고 둘

골드
대를 이어 黃金에 미친 남자 이야기


20170324

일확천금을 꿈꿔 본 적이 있는가. 비루하기만 했던 지금까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한 방. 그 한 방을 믿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 호랑이를 잡을 수 없듯, 호랑이 머리에 손을 올리지 않고는 호랑이를 길들일 수 없듯 말이다. ‘골드’(감독 스티브 개건)는 무모하리만치 용감한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를 조명한다. 그는 늘 말이 앞서고, 다혈질에, 거만한 면도 있지만 끝까지 자신의 목표와 믿음을 잃지 않는 남자다. 199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골든 게이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역전에 관한 드라마이자 꿈에 관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부침에 대한 영화다.


20여년 전 희대의 골드게이트 실화를 담은 영화
한방에 인생역전과 몰락…반전 거듭하는 스토리
21㎏ 찌운 매슈 매코너헤이 명불허전 연기 압권



‘케니’(매슈 매코너헤이)는 금광개발계의 전설적 존재였던 아버지를 이어 현재의 밑바닥 인생을 탈출하게 만들 금맥 발견을 꿈꾼다. 어느 날 밤, 정말 꿈 속에서 본 풍경에 이끌린 그는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지질학자인 ‘마이크’(에드가 라미레즈)를 만난다. 케니는 마이크의 ‘불의 고리’ 이론에 의거, 금맥이 발견되리라 믿는 곳을 채굴하는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건다. 케니가 풍토병에 걸리고 종잣돈이 바닥나 작업이 중단되는 위기에서도 마이크는 인부들 한 명 한 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시 신뢰를 얻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케니가 병상에서 일어났을 때, 마이크는 마침내 엄청난 규모의 금맥이 발견됐음을 알려온다.

‘골드’는 한 사람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케니를 무시했던 회사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고 업계 내 권력 관계가 뒤바뀌는 등 월스트리트까지 뒤흔들게 된 케니의 위세는 인도네시아에서 거지꼴로 죽어가던 시절과 명명백백한 대비를 이룬다. 성공을 즐기는 한편, 금광을 차지하려는 거대기업에 맞서는 케니의 모습에서도 그가 어려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이 단지 돈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금광이라는 꿈’이었음이 엿보인다.

‘골드’의 또 다른 주제가 부각되는 부분은 반전이 거듭되는 영화의 후반부다. 최고의 금광업자에게 수여하는 ‘황금 곡괭이상’ 시상식에서 케니는 수상소감으로 “탐광자에게는 (금이) 거기에 있다고 믿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믿음이야말로 현실의 범인들이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자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릴 수 있는 허상도 포함한다. 영화는 보란 듯 많은 이들의 부푼 꿈을 담았던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20년 전, 초기 주연작들이라 할 수 있는 ‘타임 투 킬’(1996)이나 ‘콘택트’(1997) 등에서도 ‘매슈 매코너헤이’는 돋보이는 배우였으나 최근 3~4년간 그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는 ‘신들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인터스텔라’(2014)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눈이 부시다. 그리고 ‘골드’에서 그는 제목처럼 그 찬란함의 정점이라 할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벗겨진 머리, 빨래판 같은 이마, 21㎏을 찌운 두둑한 몸매의 매슈 매코너헤이는 그대로 허풍과 넉살을 겸비한 중년의 사업가다. 특히, 마이크로부터 금맥 발견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연기는 압권이다. 훌륭한 배우, 예리한 메시지와 흥미로운 드라마가 잘 조화된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나의 딸, 나의 누나
사라진 그녀를 찾아 나선 父子의 여정


20170324

프랑스의 어느 아담한 마을, 카우보이 축제가 한창일 때 ‘알랭’(프랑소아 다미앙)의 딸 ‘켈리’가 갑자기 사라진다. 급진적 정치성향을 띤 아랍계 남자친구와 함께 가출한 켈리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지만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는 알랭은 생업을 내팽개친 채 딸을 찾아 유럽과 아랍 지역을 헤매기 시작한다. 반면, 켈리의 선택을 존중하는 엄마는 딸이 보내오는 소식만을 기다리며 집에서 눈물을 삼킨다.

‘나의 딸, 나의 누나’(감독 토마스 비더게인)는 기본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었음에도 거의 알지 못했던 나의 가족에 관한 영화다. 실종 직후, 남겨진 가족들은 켈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한다. 그들의 심리적 고통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미안함과 자괴감이 자리잡고 있다. 알랭의 부성이 점차 순수함을 잃고 집착과 광기로 변해가는 것도 이러한 감정들을 이기지 못해 생겨난 병리적 징후다. 영화의 전반부가 켈리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알랭의 여정이라면 후반부는 동생인 ‘키드’(피네건 올드피드)의 그것이다. 지난한 가족사를 겪으며 성인이 된 키드는 자신의 삶과 누나를 찾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며 방황한다. 아빠, 엄마, 동생은 그렇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딸, 누나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예언자’ 각본가인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의 데뷔작
가족 굴레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개인 삶 그려



이렇듯 영화는 가족이라는 굴레로부터 영영 자유로울 수 없는 인생들의 본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구성원 개인의 삶 또한 놓치지 않는다. 10대 소녀의 자발적 독립으로부터 시작해 자살폭탄테러에 이르기까지, 한 가족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확장시키는 가운데 도덕과 윤리의식은 물론 핏줄로도 막을 수 없는 자유의지의 명암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은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예언자’(감독 자크 오디아드)의 각본가로,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도 세련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십분 발휘한다. 매 장면 인물들의 정서를 충실히 담아낸 카메라의 정교한 움직임, ‘서편제’(1993)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의 먹먹함까지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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