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은행은 단순히 뇌가 많은 것이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뇌과학 연구 기관이 될 겁니다.” 올해 3월 부임한 김종재 신임 한국뇌은행장(3대·사진)은 서울의대 교수,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장,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뇌신경계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통한다.
사실 한국뇌은행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뇌은행장은 “뇌은행은 정상인이나 환자분들이 사후 기증한 소중한 뇌조직 등을 수집·보존해 뇌 질환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뇌은행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부검을 통한 뇌 수집이 불가능해 한국뇌은행 네트워크에 가입한 전국 6개 협력병원 뇌은행에서 기증받은 뇌를 수집·보관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뇌은행장은 부임 후 뇌은행의 비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순히 사람의 뇌를 많이 모으기보다는 기증자의 뇌뿐만 아니라 그의 의료기록, 혈액 등 양질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김 뇌은행장은 “뇌를 많이 기증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증자의 뇌가 현재의 상태로 되기까지 과거의 병력과 생활패턴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뇌은행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한국뇌은행이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가장 모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뇌은행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뇌 기증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뇌은행은 2015년부터 29명으로부터 사후 뇌기증을 받아 협력병원에 보존하고 있다. 최소 200명 이상의 뇌 기증이 이뤄져야 뇌 연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뇌은행장은 “연구용으로 뇌를 기증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뿐만 아니라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뇌 기증 활성화를 위해 대구시와 한국뇌은행이 함께 대국민 홍보활동에 나섰으면 좋겠다”며 “뇌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기증자도 늘어날 것이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들을 통해 진료 현장에서 뇌연구자원 기증에 대한 안내도 더욱 쉽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뇌은행장은 대구에 한국뇌연구원이 있고, 이곳에 뇌은행이 있다는 것은 대구경북에 엄청난 낙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국내 뇌연구가 활성화하면 뇌질환 예방 및 치료뿐 아니라 바이오산업, 정보통신산업 분야 등 여러 형태의 부가가치 산업이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서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 뇌은행장은 “한국뇌연구원은 머지않아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정복하는 핵심 연구기관이 될 것”이라며 “대구지역민의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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