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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구걸’로 봉사활동 한영준씨

2017-07-18

“난 100원짜리 동전 모아 해외 병원 짓는 꽃거지”

[이 사람] ‘구걸’로 봉사활동 한영준씨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100원을 모아 병원을 짓는 꽃거지’ 한영준씨를 만났다. 그는 “꿈과 공은 닮은 점이 있다”며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저는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병원을 짓는 여행자입니다.”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실패학교’에 ‘100원을 모아 해외에 병원을 짓는 꽃거지’ 한영준씨(32)가 찾았다. 그는 8년 넘게 세계여행을 하면서 동전을 기부받아 개발도상국에 집, 학교, 병원 등을 짓고 있다. 실패학교는 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대구’ 운영자 이동정씨가 개설한 청년 강연 프로그램이다.

한씨가 처음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건 23세때 첫사랑과의 이별 때문이었다. 8개월 동안 쫓아다녔던 첫사랑은 어느 날 수녀가 되겠다며 수녀원에 들어갔다. 그때 처음으로 그의 뇌리에 ‘꿈’이라는 단어가 스쳤다.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을 찾아 수녀원에 들어갔는데 문득 ‘내 꿈은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고교 2학년 때부터 생각해 온 세계일주가 떠올랐고 전혀 준비 안 돼 있었지만 해외를 가야겠다 싶더라고요.”

대학교 3학년때 여행을 간다고 휴학한 학교는 지금까지도 졸업하지 못했다.

첫 여행지는 호주였다. 얼마 안 가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다 써버렸고 이력서 200장을 만들어 가는 곳마다 뿌렸다. 이렇게 번 돈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태국이었다. 여행 중 만난 한 태국여성은 그에게 ‘새로운 여행’을 일깨워줬다. 한씨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매춘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녀를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세계여행하며 불평등 깨달아
모금받아 스리랑카에 집짓고
볼리비아 ‘희망꽃학교’ 세워



“그 친구를 보는데 마음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나 같이 대학도 안 나오고 매일 같이 클럽에서 돈 쓰면서 놀 궁리만 하는 사람도 있는데, 똑똑하고 예쁜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될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예요. 또 내가 태국에서 쓰는 돈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현지인들은 여전히 가난해야 될까 싶더라고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예요.”

이를 계기로 한씨는 공정여행을 하게 됐다.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못 사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현지인들과도 가까워졌다. 자연히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한 달에 40만원가량을 후원금으로 썼다. 또 2011년 주변 친구들로부터 모금한 돈과 SNS 등을 통해 받은 동전을 모아 스리랑카와 과테말라에 현지인들을 위한 집과 농장을 지어줬다.

소액모금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활동사진을 SNS에 올리자 사람들의 반응도 더 뜨거워졌다. 처음 10명에 불과하던 정기후원자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한씨는 자신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자 ‘동전 구걸’을 본격화했다. 2012년에는 모금한 동전으로 볼리비아에 학교를 짓는 일을 계획했다. 한국에 갈 때마다 토크쇼·사진전 등을 열어 동전을 기부받았고 세계여행을 하는 중에도 SNS에 모금운동 시간 및 장소를 올려 지나가는 여행자들의 동전을 모았다. 그 결과 기부받은 동전 7억원가량을 들여 볼리비아 뽀꼬뽀꼬에 ‘희망꽃학교’를 세웠다. 현지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센터 개념이다. 그 사이 정기후원자는 2천300명이 넘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구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병원을 짓는 것이다. 이름은 ‘사랑꽃병원’이라고 정했다. “올해 저는 기부받은 100원짜리로 100억원을 모아 사람을 살리는 병원을 짓고 운영까지 할 거예요.” 본격적인 모금 활동을 위한 비영리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약 두 달 뒤 다시 떠나는 세계여행에서 병원 부지를 물색한다.

그는 자신의 지난 삶이 “공을 던지고 줍는 과정”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공과 꿈은 공통점이 있어요. 던진 뒤에는 주우러 가야 된다는 거예요. 꿈을 꾸고 달성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처음부터 멀리 던지지 않고 가까이에서 던져보는 게 필요해요. 저도 작은 꿈부터 시작해서 던지고 줍고를 반복했어요. 연습을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큰 꿈을 던질 힘이 생긴 거죠.”

그는 청년들이 소액모금의 힘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작은돈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부했던 자신들의 동전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세대에게 “주변의 도움을 구해보라”는 조언도 했다.

“꿈을 이룰 때 굳이 나 혼자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기억해야 돼요. 진정 원하는 게 있다면 같이 가자고 다른 사람들한테 구걸해 보세요. 대학 졸업장도 없고 토익도 280점인 제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학교를 세웠겠어요. 스스로 거지라고 부르는 이유예요.”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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