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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잠의 세계

2017-08-03

‘개미’의 작가 베르베르는
영감의 원천으로 잠을 꼽아
복잡한 일로 머리 아프다면
잠깐이라도 잠을 청해보자
해결책 찾을지 누가 알겠나

[여성칼럼] 잠의 세계
안혜련 (참문화사회연구소 대표)

흥미로운 수수께끼 문답을 한 번 보자. 첫 문제, ‘어두운 밤 유령처럼 날아다니며 사람들 마음을 들쑤셔 놓고는, 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매일 밤 다시 태어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희망이다.’ 둘째 문제, ‘불같이 타오르지만 불은 아니다. 때로는 열광·열기·열정이다. 만일 그대가 죽는다면 차가워지고 정복의 꿈을 꾼다면 불꽃처럼 타오른다. 이것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피!’ 마지막 셋째 문제,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그러나 그대가 뜨겁게 타오를수록 더욱 차갑게 어는 얼음, 그건 대체 뭘까?’ 답은 ‘투란도트!’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의 스릴 넘치는 대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중국 베이징 황궁에 투란도트라는 이름의 공주가 있다. 공주에게 청혼하려는 자는 수수께끼 세 개를 맞춰야 하고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 많은 이들이 청혼을 하러 와서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하고 죽음을 당한다. 그때 전쟁에 패해 나라를 잃은 칼라프라는 왕자가 이 냉혹한 공주에게 반해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그는 세 문제를 모두 맞혀 결혼할 자격을 얻지만 투란도트가 결혼을 거부하자 동이 틀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고 물러나겠노라는 제의를 한다. 베이징에는 왕자의 이름이 밝혀질 때까지 아무도 잠을 잘 수 없다는 포고가 내려진다. 이때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확신에 찬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노래가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진 그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마라)’다. ‘아무도 잠들지 마라! 아무도 잠들지 마라! 그대의 외로운 방에서 사랑과 희망의 별을 보며 깨어 있는 공주. 내 비밀 내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으리. 밝아오는 아침에 나 그대에게 고백하리라. 이 밤 지나고 별빛도 사라져 아침이 밝으면 마침내 그대는 내 사랑 내 사랑, 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수면장애 환자가 70만명을 넘는 오늘날, ‘잠들지 마라’는 포고가 내려진다면 형벌일까 반가운 소리일까?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정도를 잠으로 보낸다. 지금까지 보통 게으름이나 사치의 일부로 생각되어 왔지만 사실 잠은 훌륭한 휴식이자 보약이다. 하루 컨디션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과 뇌의 피로회복 및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당뇨·치매·대사증후군 등 각종 질병과도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알려준다.

잠은 몇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고 한다. 얕은 잠을 자는 1~2단계, 깊은 잠을 자는 3~4단계, 그 후 5단계라 할 수 있는 렘(REM·급속안구운동)수면 상태에 이른다. 렘수면 상태는 일반적으로 수면 단계 중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단계로 80% 정도의 꿈을 이 단계에서 꾼다. 주로 수면 시간의 마지막 3분의 1 지점이고 잠에서 깨기 직전이어서 마치 잠을 자는 내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영감을 얻는 원천 중 하나로 잠을 꼽는다. 머리맡에 노트를 놓아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난밤 꾼 꿈 이야기를 적어 보라고 독자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그는 올해 발표한 신작 ‘잠’에서 한 수면 연구가가 렘수면 다음 단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어판 원래의 제목은 ‘여섯 번째 잠’이다.

잠은 우리의 의식이 닿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어쩌면 무의식은 한번쯤 가보았을지 모르는 의식 너머의 세계와 통해 있는 다리인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복잡한 일로 잠을 이룰 수 없더라도 잠시 일을 접어두고 일단 잠을 한 번 청해 보자. 외출하듯 여행하듯 잠깐이라도 잠의 세계를 다녀오면 생각지도 못했던 해결 방법이 머리에 떠오를지 누가 알겠는가? 그것이 의식의 작용이든 무의식의 작용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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