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광복 위해 앞장선
임청각 독립운동가 뒤엔
집안 지켜낸 종부들 헌신
그들의 곡진한 삶 이야기
이번 기회 복원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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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청각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안동 임청각을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언급하면서 며칠간 임청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알려진 대로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다.
석주는 나라를 잃자 조상의 위패를 땅에 묻고 항일투쟁을 위해 50명이 넘는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한다. 여인과 아이들까지 이끌고 들어간 만주에서의 정착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지독한 굶주림과 ‘왜놈보다 더 독하다던’ 만주 벌판의 추위를 변변치 않은 입성으로 견뎌내야 했으며, 낯선 땅의 풍토병에도 맞서야 했으니 그 어려움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석주의 부인 김우락은 5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석주와 함께 만주로 망명한다. 친정 의성김씨(내앞마을)도 25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독립운동 명문가다. 혁신유림의 거두로 만주로 건너가 앞장서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던 김대락이 큰오빠이고, 한일합방 후 곡기를 끊고 순국한 향산 이만도의 며느리로 3·1만세운동에 나섰다가 일본군 수비대에 붙잡혀 취조를 받던 중 실명한 여성 독립운동가 김락이 여동생이다. 며느리 이중숙은 슬하에 삼남매를 두었는데 만주에서 어린 딸과 막내아들을 연이어 먼저 떠나보내는 신산한 삶을 살았다. 남편 이준형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석주 사후 고향으로 돌아온 후 일제 말기인 1942년 더 이상 조국독립이 어려울 것이라 비관해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한다. 손부 허은은 독립운동으로 투옥과 풀려남을 반복하던 남편을 대신해 시집 어른과 자식들을 부양하며 항상 북적이는 손님들의 땟거리를 장만해야 했다. 남편 이병화는 첫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 달 후 얼핏 아기 얼굴만 보고 집을 떠나 6년 만에 돌아올 정도로 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온가족이 굶는 것이 일쑤일 정도로 힘든 생활에도 만주 땅에 먼저 정착했다는 의무로 고향에서 망명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식솔들까지 몇십 명을 한 달씩 밥해 먹이면서 지내야 했다. 어떤 때는 장마철에 집에 비가 새서 나락 펴 놓은 곳에 촉이 올라 방안이 풀밭처럼 되어 버린 적도 있었다 하고, 석주 어른이라도 편하게 주무시라고 부자가 방안에 마주 앉아 우산을 들고 지샜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니 그 고생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처럼 조국 광복을 위해 대를 이어 헌신했던 임청각의 3대 독립운동가 뒤에는 그들을 지켜낸 종부 3대가 있었다. 이들은 독립운동을 하느라 집을 비우기 일쑤인 남자들을 대신해 농토를 개간하고 농사를 짓고 자식들을 건사했다. 심지어 아까운 자식들을 손도 못쓰고 속절없이 앞세워야 했다. 오죽하면 이상룡의 손부 허은이 석주에게 추서된 훈장의 반은 그의 아내 김우락의 몫이라고 했을까. 여성들이 독립유공자로 포상받지 못하는 것은 독립운동 조직의 공식 직위를 맡은 일이 없고 분명한 공적사실이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여인들의 정성 어린 삶이 없었다면 남자들의 독립운동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목숨을 내걸고 항일투쟁을 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그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집안을 지켜내고 민족의 자존심을 이어 자식을 독립운동가로 키워내는 것도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시조부, 시아버지, 남편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되고 고성이씨 일가 6명의 독립운동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집안을 지켜냈던 임청각의 여인들은 서훈의 영예도,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도 누리지 못했다.
임청각이 본디 모습을 찾아 복원될 거란다. 일제에 의해 1942년부터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 질렀던 기찻길도 2020년이면 거둬낸다고 하니 너무 늦긴 했으나 다행한 일이다. 임청각도 옛 모습을 찾아간다니 석주를 중심으로 한 남성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곡진한 삶을 살아냈던 임청각 여인들의 행적과 이야기도 복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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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임청각 종부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8/20170824.0103008124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