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검은색’ 인간·사물 본질 담아
검은색은 반사하지 않고 모든것 흡수
나를 성찰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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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대구 작업실에서 만난 송재학 시인은 “하나의 물건을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는 ‘일물다어(一物多語)’가 나의 시 세계이자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
“벌레를 담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지난 20일 만난 송재학 시인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인 그는 최근 ‘제10회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송 시인은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을 받으니 나에게 문학이 아직 필요하고, 문학 역시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문학생활을 하면서 목월 선생의 자작시 해설집 ‘보랏빛 소묘’의 한 구절을 마음에 새겨왔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 꾼 꿈을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한 언어가 없을까’라는 목월 선생의 고민은 송 시인의 마음에도 있었다. “고교 시절 ‘보랏빛 소묘’를 보고 또 봤습니다.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송 시인은 목월 선생의 고향인 경주와 자신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내 시의 출발은 경주였다. 신라 향가를 통해서 시를 시작했다”며 “향가에는 주술성과 서정성이 동시에 있다. 이 점에 매료됐었다”고 했다.
이번 목월문학상 수상작인 시집 ‘검은색’(문학과 지성사)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시집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본질을 담았다. 송 시인은 “검은색은 흰색과 달리 반사를 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색이다. 질문, 답변, 갈등, 해결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나를 성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검은색이다. 나를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들을 시집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송재학 시인 하면 많은 이들이 특유의 언어 감각과 조사법을 떠올린다. 이에 대해 송 시인은 “사물 속으로 들어가 본질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사람과 사물의 본질 속으로 더 깊숙이 내려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지금의 내 시 스타일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문학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그는 “시를 쓰면서 나 자신의 윤리성이 확장됐다. 만약 시를 쓰지 않았다면 내 머릿속의 카테고리는 가족, 직업 등이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쓰면서 인간의 내면, 우주의 섭리 등 카테고리가 늘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시대가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SNS에 자신의 생각을 압축해 표현하는 것은 시의 압축성과 동일하다. 이같은 압축성과 함축된 의미를 찾고, 소비하려는 욕구와 심리는 늘 존재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송 시인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향가 시집을 내는 것이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물론 힘든 작업이 되겠지만, 9세기 신라어를 이용해 그때의 세계관,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영천 출신인 송 시인은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해 등단했으며, 소월시문학상과 상화 시인상, 이상 시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얼음 시집’을 비롯해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등이 있으며, 산문집 ‘풍경의 비밀’ ‘삶과 꿈의 길, 실크로드’ 등이 있다.
글·사진=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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