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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다른 安지사…실망 넘어 배신감”

2018-03-07

대구 시민도 격앙
여성단체 지역 성폭력 대책 촉구
15일 동성로서 미투 확산 토론회

“겉과 속 다른 安지사…실망 넘어 배신감”
충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충남도지사 관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정무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구 각계각층의 여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평소 깔끔하고 청렴한 이미지에 안 도지사를 지지했던 시민은 분노와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 도지사를 지지해 온 직장인 김모씨(여·31)는 “안희정 도지사의 가식적인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고 지지했는데, 실망을 넘어 배신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다은씨(여·23)는 “솔직히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는데 만약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고서 다음 대통령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이번 일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강모씨(34·동구 용계동)는 “어떻게 유부남이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해명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겉과 속이 다른 남자를 믿을 수가 없다”면서 “김지은 비서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까지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공직사회 역시 거의 패닉 상태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깨끗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무원 배모씨(여·30)는 “안 도지사는 뉴스 보도 직전에는 미투 지지 선언도 했는데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얼굴 공개를 할 정도로 김지은 비서가 용기를 낸 만큼 국민이 이를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 또 이럴 때일수록 더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도 미투에 동참해서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미투 운동은 성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안 도지사의 성폭력은 도지사와 비서라는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른 개인보다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여성단체들은 대구은행 직원 성추행 등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안 도지사의 김지은 비서에 대한 성폭력은 분명히 권력에 의한,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권력형 성폭력이다. 이 같은 성폭력은 대구은행, 대구가톨릭대병원, 수성구의회 등 대구의 공공기관에서도 발생했다”며 “정치권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대구시에서도 성폭력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여성단체들은 8일 오후 3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3·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대구여성대회를 열고, 15일 오후 7시에는 대구 미투 운동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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