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행복한 가족
지난해 대구가족친화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한 5개 마을의 활동 모습. 대명가족친화마을, 만평가족친화마을, 범물가족친화마을, 안심가족친화마을, 월성가족친화마을 (위에서 부터).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 제공> |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서로 가까이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정이 두터운 이웃을 가리킨다. 하지만 점점 산업화·도시화되면서 이 말의 의미는 거의 퇴색되어 버렸다.
이웃 간의 교류가 거의 없는 대도시 생활에서 이웃을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로 묶어주려는 시도가 바로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가 가족친화 생활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구가족친화마을 조성사업이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내고 누비던 우리 동네 골목골목의 모습들, 왁자지껄 친구들, 이웃 어른들과 함께하던 그런 소중한 추억을 요즘의 아이들에게 간절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에 사업을 시작해보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대명가족친화마을의 주된 사업내용은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밥 먹듯 놀이를 하고 그 놀이를 통해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우리 마을의 주된 사업 목표였다. 전통놀이교육, 텃밭 가꾸기, 경로당 어르신과 소통하기, 숲 놀이, 가족여행, 운동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 중심의 생각에서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함께 이웃사촌이 되어가며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대명가족친화마을 전은지 대표)
대구가족친화마을 조성사업
전통놀이·텃밭가꾸기·경로당 방문…
다양한 어울림 통해 이웃과 한 울타리
마을 사람들간 네트워크 관계도 확장
아이들, 어르신과 情 나눔 변화된 모습
어울림·어르신돌봄·가족행복공동사업
올핸 작년보다 1곳 늘어 6개마을 가동
신규마을과 지속적 교류…안정화 도움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핑계로 이 마을에 들어왔다. 가족친화마을 활동을 하면서 마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마을 아저씨들, 어린이들, 각 단체 사람들과 함께했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었고, 개인의 고민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의견충돌을 빚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풀리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자유롭고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관계를 확장하고 그 속에서 깊어지는 과정을 통해 이 마을에서 진짜로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마을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됨을 느낀다.” (안심가족친화마을 김유경씨)
지난해 대구가족친화마을조성사업에 참여했던 마을 주민들이 이 사업의 연간 활동보고서에서 밝힌 소감이다.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 관계자는 “가족친화마을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 상당수는 마을에 사는 아이·어르신 등 이웃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변해가는 것을 경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아이들의 변화가 컸다고 했다”며 “오랫동안 그 마을에 살았지만 집 옆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는데 가족들이 마을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새로운 정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5개 마을이 참여해 마을의 특성을 살린 사업을 진행했다. 이들 사업은 크게 3가지 주제로 진행됐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사랑 어울림사업, 세대통합을 위한 어르신돌봄사업,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행복공동활동사업이다.
대명가족친화마을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놀이가 밥’이다 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하게 진행하고 텃밭가꾸기 등도 실시했다. 만평가족친화마을은 독서요리, 원예교실, 가족나들이, 경로당 방문 등을 실시했다. 범물가족친화마을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듣는 명심보감, 우리마을 작은 음악회, 사랑나눔바자회 등을 열었다. 안심가족친화마을은 아빠인문학교실, 가족요리교실, 어른과 함께하는 전통놀이프로그램 등을 열었다. 월성가족친화마을은 가족사랑그림페스티벌, 경로당 방문, 마을캠프와 마을축제 등을 개최했다.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올해 가족친화마을사업은 그 운영체계가 좀 더 발전적으로 바뀌었다. 가족친화마을이 6개로, 지난해보다 1개 마을이 늘어난 데다 기존 지속마을(안심, 월성)과 올해 신규마을(본동·비산동·지산동) 외에 예비마을(동구혁신도시)을 추가로 지정했다. 안심·월성마을은 지난해까지 2년째 사업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정착해가고 있는 만큼 신규마을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규마을이 빨리 안정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동구혁신도시에 조성되는 마을은 새로운 형태의 마을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마을들이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고 구성원들도 그 마을에 오랫동안 살았던 데 비해 동구혁신도시는 직장 등의 이유로 마을에 들어와 일시적으로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마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고 단합된 힘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지만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마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는 “앞으로 행복한 가정, 보람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서 생활 속에서 일·가정양립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직은 참여 마을이 얼마 되지 않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대구의 모든 마을이 가족친화마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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