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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양승태 전 대법원장 PC 디가우징

2018-06-29
[미디어 핫 토픽] 양승태 전 대법원장 PC 디가우징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사상 3대 수학자로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 아르키메데스, 뉴턴이 손꼽힌다. 이 중 독일의 천재 가우스(Gauss·1777~1855)는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정수론은 수학의 여왕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벽돌을 굽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다. 3세때 아버지의 계산 실수를 바로잡아 천재성을 엿보였다. 10세때에는 동차수열의 대칭성을 이용했다. 계산기를 두들겨도 한참 걸릴 1부터 100까지의 자연수 합을 쉽게 계산해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전자기학, 천체역학, 중력론, 측지학에 큰 공헌을 한 그는 공학과 수학에서 필수적인 선형대수학의 가우스 소거법으로도 유명하다.

가우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디가우징(Degaussing)’이 지난 27일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했다.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 행정처장의 컴퓨터가 이미 디가우징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디가우징은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를 지워 복구가 안 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는 하드디스크의 파일을 지워도 흔적이 남기 때문에 복구 프로그램을 돌리면 복원이 가능하다. 파일 복원술인 디지털 포렌식은 PC,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CCTV 같은 디지털기기의 정보를 수집, 복구, 분석해 법적 증거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삼성 비자금 특검 등 굵직한 사건 때마다 활약했다. 신정아 스캔들 때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e메일로 주고받은 연서(戀書)를 검찰이 복구해 진실 규명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디가우징은 디지털 포렌식도 통하지 않는다. 디가우저라는 박스형 장치에 하드디스크를 넣으면 모든 기록이 영구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대법원이 지난 26일 검찰에 넘긴 자료는 속 빈 강정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원본은 빠진 채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열어본 파일 410개뿐이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재직때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퇴임 후 디가우징됐다. 법원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법원 PC 등은 ‘내용기간 경과 등으로 수리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하여 사용함이 비경제적인 경우’에는 불용품처리절차를 밟는다. 이 지침에 따라 퇴임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6년 동안 쓰던 컴퓨터는 불용품으로 간주돼 디가우징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디가우징 여부와 상관없이 하드디스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고도화된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는 일부 복구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그 안에 무엇이 있었길래 감추려고 디가우징했나” “그 어떤 해명으로도 반박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인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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