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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2018-09-13
[문화산책]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어느 해보다 유난한 무더위로 치열했던 2018년 여름도 19호 태풍 ‘솔릭’과 함께 물러나고, 어느덧 문화행사가 많은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오페라계는 올해가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서 각 지역에서 7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 우리 지역의 대표 축제라 할 수 있는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프로그램 전체가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해 구성했다고 한다.

1948년 현재의 서울시의회 자리에서 ‘춘희’라는 제목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대한민국 최초로 무대에 올려졌다. ‘트라비아타’라는 말은 길을 벗어난 여자 혹은 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춘희라는 제목은 동백꽃을 든 여자라는 뜻으로, 당시 일본이 번역하여 사용한 제목과 악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였다. 이처럼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말로 이루어진 오페라를 제대로 번역조차 못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은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사람들보다도 더 수준 높은 성악가들이 배출되는 나라가 되어 있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수준 높은 오페라를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많은 유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학보다는 오페라가수로서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성악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페라가 올려지는 독일에서는 한국 성악가들이 없으면 오페라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도 유럽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 오페라 70년사와 깊이 연관되는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메인 작품 가운데 특히 최초의 대한민국 오페라인 ‘라 트라비아타’를 폐막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최초의 야외 오페라였던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과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인 윤심덕을 소재로 한 ‘윤심덕, 사의 찬미’를 창작오페라로 무대에 올린다.

유학시절과 유럽에서 활동하며 늘 부러워했던 그들의 오페라 무대와 축제들. 어느샌가 유럽의 극장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국제오페라축제가 우리 대구에서 16년간 명맥을 이어져 온다는 것은 성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특히 대한민국 오페라 70년 역사 속에서 우리 대구는 ‘오페라의 도시’라는 브랜드를 가질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지역의 선·후배 성악가들의 노력뿐 아니라 어느 지역보다도 오페라를 사랑하는 문화적 소양이 높은 대구시민들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마혜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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