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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극장 대표 |
요즘 청년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서 꿈을 꾸는 건 사치라고 말한다. 꿈은 현실에서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많은 이들이 청년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청년들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공허하게 되묻는다. 과연 꿈이 이루어질까요?
지역사회의 공동체 공간으로 탄생한 오오극장은 지역 청년의 이 냉소적인 물음에 영화로 답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년 관객 프로그래머와 상영시간표를 함께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관객 프로그래머 영화제’다.
올해는 7명의 관객 프로그래머가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에 소개할 영화를 찾기 위해 ‘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왜 우리 사회는 꿈꾸지 않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왜 나는 꿈꾸지 않는가를 되묻는 시간이었다. 이들 7명의 청년은 자신을 한국 사회 내 ‘소수자’로 자기 정체성을 규정한다. 소수자는 사회의 구성원 중 사회적으로 힘이 없고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희망인 청년들이 자신을 소수자로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힘도 없고, 위치도 불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을 소수자, 사회적 약자라 규정한 7명의 청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처해있는 현실을 직시해보자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주로 한국 영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꿈을 향한 여정을 담은 영화를 선정하기로 했다. 자신들과 같이 힘도 없고, 위치도 불안한 사회적 기반 위에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여정을 거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청년들의 꿈과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 좋은 지도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2018년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의 메인 테마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로 정해졌다.
금동현은 우리가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 노동을 실험적이고 미학적으로 표현한 영화를, 이석범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불행을 극단적으로 전시하지만 청년들의 불행을 이해하고 있다고 잰 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기록한 영화를 선택했다. 김성주는 대구에서 평생 철강 노동자로 일한 아버지를 그린 영화를, 최준하는 유령이 되어버린 소도시 여성 공장 노동자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조은별은 이주민이자 영화감독인 섹 알마문의 이주한 사람에 관한 영화를, 임아현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지션하는 성소수자를, 최은규는 선택하는 것보다 포기가 편하다는 걸 너무 일찍 알게 되는 청소년을 선택했다.
여기서 관객 프로그래머가 선택한 영화보다 7명의 관객 프로그래머 이름을 한 명씩 소개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에 외국영화가 자유롭게 수입되지 못했던 1970~80년대 영화 청년들은 경복궁 근처 프랑스 문화원으로 몰려들었다. 그곳에서 함께 영화를 보던 이들은 성장해 영화감독, 제작자, 영화제 운영자가 되었고, ‘문화원 세대’라 불리며 한국 영화의 가장 건강한 자양분이 되었다. 오오극장 관객 프로그래머가 지금은 자신을 소수자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청년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오오극장 세대’라 불리며, 몇몇은 자신의 꿈을 이루어 한국 영화의 가장 건강한 자양분이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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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의 독립극장] 오오극장 세대를 꿈꾸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10/20181003.0102608140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