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자동차업계, 왜 내리막길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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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3분기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의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이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연말 대폭 할인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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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산업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내수판매는 물론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이 올 3분기 1.2%까지 떨어졌고, 한국GM의 경우 10월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고 11월에는 4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쌍용차는 7% 하락하고,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는 33% 감소했다. 완성차가 추락하면서 협력사와 자동차 부품업계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거듭되는 부침의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회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산업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결함과 경영진의 실책
자동차산업 위기의 일차적인 원인은 불경기이겠지만 좀 더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잇단 자동차 결함 문제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경영진의 실책이 더 큰 몫을 차지한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세타2 엔진과 GDI 엔진, 에어백 등 주요 부품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됐고 대규모 리콜이 이어졌다. 잇단 ‘불량’ 판정에 현대차 품질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 미국에서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네시스를 앞세운 현지 고급화 전략도 먹히지 않고 있다. 품질에 승부를 걸고 비싼 값을 받고 팔겠다는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신차 품질조사에서는 제네시스가 1위를 차지했으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컨슈머 리포트에서는 2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대·기아차 등 영업이익률 ‘뚝’
결함 문제·시장 흐름 못 읽은 탓
현대차 2015년부터 줄줄이 리콜
美서 품질·고급화 전략 안 통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도 발목잡아
2·3차 하도급 수익률 1∼2%불과
기술 개발·결함 개선 여력 없어
전기차 등 산업패러다임 변환기
핵심 SW는 외국 부품업체 의존
도요타, 미래차 독자적 기술 보유
결함에 따른 막대한 리콜·수리비용 증가는 실적 악화를 불렀다. 현대·기아차는 올 3분기에 리콜 등으로 7천800억원을 지출했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현대차 실적쇼크의 주요 원인은 5천억원에 달하는 품질 관련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불량’에 발목을 잡힌 이유를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지목한다. 소수의 완성차업체들이 수많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조립 생산하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자동차 부품사들은 적은 납품가 내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탓에 기술개발은 물론 결함을 개선할 여력이 없다는 것.
현대차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8.2%, 현대차 핵심 계열사는 7~8%에 이르는 반면 2, 3차 하도급업체들의 수익률은 1~2%까지 떨어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의 부진을 초래한 요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경제경영 주간지 ‘이코노미조선’은 지난 6일 펴낸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에서 현대차의 부진을 초래한 3가지 경영 판단을 분석했다. 2011년 현대건설의 인수와 2010~2013년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철강 생산시설 대폭 확대, 2014년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천500억원에 매입해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3가지 판단이 전부 현대차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만하던 때에 이뤄졌다. 당시 국내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은 3가지 프로젝트 모두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 바빴다.
일부 전문가만이 애써 벌어들인 현금을 자동차산업의 본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업에 쏟아붓는 것에 위험성을 제기했다. 삼성동 신사옥에 투입된 자금은 부지 매입비와 각종 부대비용, 건축비 등을 포함해 총 17조~18조원으로 추정됐다. 현대차 그룹 전체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가 그 4분의 1 수준임을 고려할 때 엄청난 비용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3개의 큰 경영상 결정이 모두 본업의 경쟁력 향상과 무관한 곳에 내려진 셈이다.
국내 완성차의 위기는 환율이나 무역분쟁 등 외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다. 파업하는 노조, 국가나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몫은 현대차 스스로에 있다.
◆도요타·지리차·현대차의 투자에 따른 결과
당시 현대차가 미래를 내다보고 전장(電裝, 전자장치)기술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10년 전 기업 존폐의 위기를 겪었던 도요타는 현재 현대차와 반대다. 도요타는 크게 ‘생산 공정’과 ‘조직’ 2가지를 개혁하고 미래차 기술에 거액을 투자했다. 연간 매출의 3~4%인 10조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3조~4조원)의 2~3배에 달한다. 이는 결국 차세대 기술과 품질로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를 처음 출시하며 하이브리드카를 최초 양산했는데, 최근 전 세계 친환경차 수요가 늘면서 하이브리드카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63만대 정도였지만 2012년 121만대, 지난해엔 150만대까지 늘어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래차 기술에 관심을 가진 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기에 직면하면서다. ‘전기자동차’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융합은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전통 휴대폰 산업이 스마트폰 혁명으로 재편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자동차가 점차 반도체와 센서 덩어리의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현대차는 차량의 핵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보쉬나 콘티넨탈 등 외국 거대 부품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도요타는 덴소라는 세계 최대 전장 업체를 산하에 두고 있고, 미래차 관련 각종 노하우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도 미래차 핵심기술에 집중 투자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충분한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방향은 잡았지만 지난한 과정을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정작 해야 할 투자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투자에 아까운 자금이 소진되고 말았다.
중국의 자동차 기업의 행보도 현대차와 엇갈렸다. 올 초 중국 지리(吉利·GEELY)차는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 지분 9.69%를 90억달러(한화 약 10조원)에 인수하며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공교롭게도 다임러 지분값이 현대차가 산 땅값과 비슷했다. 두 회사의 목표는 ‘글로벌화’로 비슷하다. 하지만 한 회사는 해외 인수합병에 10여 년을 매달렸고, 다른 한 회사는 다임러 지분인수 규모와 엇비슷한 가격에 강남 땅을 사들였다. 지리차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가진 노하우를 탐냈고, 현대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 한껏 기대를 걸었다.
◆연말 대폭 할인 실시…내수 부진 만회 기대
이런 상황에서 위기에 봉착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연말 판매 할인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일단 올 한 해 계속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12월 한 달 동안 9월 이전 생산된 승용차와 레저용차(RV) 전 차종에 한해 1.5% 할인, 1.5% 개별소비세 인하분, 1.5% 저금리를 적용하는 ‘트리플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전기차(EV), 넥쏘, 투싼 등 일부 차량은 혜택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아자동차도 할인 경쟁에 가세했다. 기아차는 차종별로 최대 12%의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특히 올 뉴 모닝과 K3, K5를 구매하면 선수율(적용금리)과 할부기간(6~48개월) 등을 소비자가 정할 수 있는 ‘내 맘대로 할부’를 진행 중이다.
쌍용차도 연말을 맞아 7~12%의 차종별 할인 폭의 연중 최고 조건의 신차 구입 혜택을 내걸었다.
올해 내수판매 부진을 겪은 한국GM은 차종별로 최대 15% 깎아 파는 역대 최고 수준의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연말을 맞아 개소세 추가 지원 및 저금리 금융상품 등 다양한 구매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통해 내수판매 촉진을 위해 개소세 인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수판매 성과는 연말 할인 경쟁에 그치고 내년까지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올 7월 개소세 인하 이후 현대·기아차, 한국지엠(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는 그다지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자동차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개소세 인하와 같은 소폭 할인으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수입차 가격 할인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은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훨씬 선호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완성차업체들이 3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시장에서 큰 혁신을 보여줘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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