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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 대표 성악가 소프라노 이윤경 “가벼운 감기도 고음가수에 치명적…사람 많은 곳 가본 적 별로 없어”

2018-12-29

대구 예술의 저력과 실력의 비범함을 아는 사람은 안다. 음악 분야도 물론 뛰어나다. 특히 성악을 비롯한 일부 장르의 경우 대구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통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다. 그런 대구의 대표적 성악가 중 한 사람이 소프라노 이윤경(40)이다. 지난 가을에 열린 2018년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는 오페라대상 성악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폐막작 ‘라 트라비아타’에서 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맡아 탁월한 노래와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올해의 성악가상을 수상하는 등 큰 상도 많이 받았다. 연말을 맞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인기 성악가로서의 삶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 대표 성악가 소프라노 이윤경 “가벼운 감기도 고음가수에 치명적…사람 많은 곳 가본 적 별로 없어”
대구의 대표적 성악가인 소프라노 이윤경이 지난 24일 영남일보 편집국에서 성악가로서의 삶과 애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집에선 아무소리 안 내서 목소리 관리
공연이 많을땐 문자메시지로 의사전달
몸이 발성법 잊지 않게 매일 노래연습

희로애락 연기하는 오페라 너무 매력적
관객들 마음에 ‘침범’할 수 있다는 것
가끔 처절하지만 대체로 감사하고 행복

▶성악가로서 누리는 보람이나 즐거움이 각별하겠지요.

“성악가로 음악 위에 가사를 실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비교적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등 단점이 있지만 관객들의 마음에 ‘침범’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마음을 치유하고 때로는 살아낼 용기도 줄 수 있는 사람이 성악가입니다. 가끔 처절하지만 대체로는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성악가로서 받는 스트레스나 난제는 어떤 것입니까.

“연습한 만큼의 결과가 없는 것, 그리고 컨디션 관리입니다. 예술은 학문이나 과학처럼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따라오지도 않고 공식이나 법칙처럼 딱 맞게 계산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끝없이 노력하게 되지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더 나은 음악가가 되려면 음악을 향한 내 사랑에 포함된 상실감마저 껴안아야 한다고.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요. 게다가 일반인들은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가벼운 감기나 몸살기운도 극고음을 내야 하는 고음가수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같이 사람이 많은 곳은 별로 가본 기억이 없어요. 이것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결국 더 큰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이겨 나갑니까.

“스트레스는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무대에 오르기 전 신경안정제를 반드시 챙겨먹어야 하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음악을 비워내고 잠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민한 편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다 해봤지만 이탈리아의 스승님 말씀이 정답인 것 같아요. “긴장하는 사람은 은퇴할 때까지 한다. 무대의 가치를 아는 가수로 태어남을 감사하고 그 두려움을 소중히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날을 정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시체처럼 시간을 보내요. 저에겐 그게 최고의 치유인 듯해요.”

▶본인만의 목소리 관리법이나 평소 생활은.

“저희 집엔 제가 일어나기 전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요. 제 방 근처로 아무도 오지 않고 전화기 코드도 뽑혀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일어나서 부르기 전까지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으세요. 공연이 많을 때는 바로 옆에서도 휴대폰 문자로 필요한 말만 합니다. 지독하지요? 제 코는 이비인후과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알레르기 유발물질 중 5개 빼고 다 반응해서 1년 내내 콧물이 나고 시원하게 숨을 못 쉬어요. 검사하기 전엔 모든 사람이 그런 줄 알았지요. 천식도 있고 폐활량도 일반인보다 떨어지고. 귀가 피로하다보니 이명도 달고 살지요. 그래서 더 관리가 필요합니다. 물은 하루에 2ℓ 넘게 마시고 단 한모금의 알코올도 마시지 않습니다. 며칠 전 엄마한테 이야기했습니다. 딱 하루만이라도 좋은 사람 만나서 시끄러운 카페에서 큰 목소리로 수다 떨어보고 싶다고.”

▶좋은 성악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합니까.

“제 생활은 무척 간단합니다.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활동 외에는 늘 노래를 하고 있거나 노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연습은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일 빼먹지 않습니다. 정말로 하루이틀 노래를 안하면 그다음은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몸이 잊어버리거든요. 요즘은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사람과 어떻게 관계할지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음악적 감성을 어떻게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표현해 위로하고 안아줘야 할지가 고민거리입니다. 제가 소극적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모델로 삼는 예술가가 있습니까.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입니다. 기획자인 르네 마르탱은 “백건우는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음악가들의 연주를 보면 정확하게 그 사람이 보이잖아요. 인생과 신념과 그 내적 깊이가. 선생님의 음악은 영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힘이 있어서 저는 그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재능기부도 많이 하십니다. 객석에 몇 명이 있든, 극장 컨디션이 어떻든, 진심이 전해지는 연주를 보여줍니다. 음악가는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진심을 전해야 한다고 믿는데, 언제쯤 가능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대구 대표 성악가 소프라노 이윤경 “가벼운 감기도 고음가수에 치명적…사람 많은 곳 가본 적 별로 없어”

▶오페라의 매력은.

“오페라는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게 아니라 팔을 휘젓거나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달려가 안기거나 눈물을 흘리며 죽도록 사랑하고 미워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걸 아름다운 음악에 실어서 마음껏 터뜨리고 또 감추고 하는데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정말 굶어도 좋을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무대만 해도 한 해에 열 군데 정도 서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온 그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시작할 내년에도 바쁜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1월8일에는 KBS 열린음악회 녹화도 잡혀 있고, 독창회를 비롯해 악기(클라리넷)와 성악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다작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 소프라노 이윤경은

△계명대 성악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이탈리아 로마 AIDM, 로마 ARENA아카데미아 졸업 △중앙일보 주최 중앙음악콩쿠르 여자 성악 우승 △이탈리아 벨리니 성악콩쿠르 1위 없는 2위 △이탈리아 음악협회 특별상 수상 △오페라 ‘돈 카를로’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라 보엠’ ‘사랑의 묘약’ ‘카르멘’ ‘세빌리아의 이발사’ ‘박쥐’ ‘춘향’ 등의 주역 출연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베르디·포레의 ‘레퀴엠’ 등 솔리스트 출연 △2016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올해의 성악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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