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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말할 수 없는 것

2019-01-29
[문화산책] 말할 수 없는 것
박현주<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란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서로 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어야 하건만 마구 건더기를 걸렀던 막걸리처럼 어간을 되짚어 걸러내야 할 게 많다는 뜻일 거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말이라고 다 소통이 잘되란 법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막걸리가 마구 걸러낸 것이라곤 하지만 더 걸러내야 완전해지는 것은 아니란 거다. 조금 불완전해 보이더라도 그 자체로 괜찮은 것이 우리네 삶이다. 본인이 완벽하다고 장담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러잖아도 완전하지 않은 존재가 사용하는 말과 언어인데, 완벽할 리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지만, 만물의 영장이라 뽐내는 인간이 그럴 수야 있나. 온갖 창의성을 동원하여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화려하게 예술로 꽃피웠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내가 콱 죽어버려야지.” 속 썩이는 자식을 향해 어머니들이 자주 하는 말로 드라마 대사로도 흔하게 나온다. 그런데 엄마 역할이 이 말을 내뱉고 진짜 죽어버리는 일은 없다. 또한 자식 역할이 엄마에게 다시 찾아가 “안 죽고 잘 살아계시네요”라고 반박하며 ‘대환장쇼’를 펼치는 일도 없다. 누구도 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지 무시무시한 저 표현을 통해 끓어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반추할 뿐이다. 감정을 말로 온전히 표현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어가 실은 완전히 소통될 수 없는 오해의 연속이란 것을 꼬집어 낸 대표적인 희곡으로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를 들 수 있다. 작품 속에 대머리 여가수는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대화의 연속성도 개연성도 없다. 언어의 한계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던 하이데거가 관 뚜껑을 박차고 나올 만한 일이다.

이러한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빌리지 않고선 소통의 길이 더욱 요원하다. 또한 언어가 아니었다면 문명은 아직 암흑기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지극한 애민의 마음으로 건강을 해쳐가며 고유의 언어를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은 또 어땠을까. 이처럼 언어의 중요성은 반박하기 힘들다. 다만 그것이 대상을 완전히 대변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해는 거기에서부터 싹튼다. 개인의 세계관은 각기 다르기에 같은 언어를 대입하더라도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표출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근거를 볼 수 있다. 단순한 ‘기쁨’이란 단어도 수십억명의 서로 다른 ‘기쁨’이 있는 것이다. 최근 한층 강조되는 문화 다양성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말이든 막걸리든 불완전함은 매 한가지다. 그래서 일찍이 성인은 말로 표현하지 않는 가르침을 실천한다고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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