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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구의 문화 아카이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아카이브란 기록보관소라는 뜻으로 정보통신 분야는 물론이고 인문 예술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용어다. 나는 대구문화에 대해 소개할 일이 있을 때 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폭 넓은 문화예술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도시, 전쟁 때 피란 온 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며 예술 혼을 불태운 도시라고 소개하며 나름 대구의 문화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 지역의 문화 예술 아카이브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하니 나의 대구문화 자부심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그러던 중 103세 최고령 현역작가인 김병기 화백의 인터뷰를 접했다. 인터뷰에서 김병기 화백은 일제시대 예술인의 삶, 전쟁 중 종군화가 시절의 기억, 이중섭·문학수 등과 함께한 6인전에 대한 이야기, 김환기 화백과의 만남 등을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현존하는 화가를 통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과 함께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카이브의 부재로 우리는 몇 번의 비극을 맞이했었다. 대구 추상미술의 대가인 정점식 화백의 유품이 헌책방을 통해 유출되었고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우리나라 1세대 사진가 최계복의 작품과 한국 대표 미디어 작가 박현기의 유작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보낸 일이 있다. 문화예술계 원로와 유족이 가지고 있는 귀중한 작품들이 기증하거나 보관할 곳이 없어 어떻게 할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대구문학관 개관을 준비하며 모은 문학 관련 자료, 대구대표 문화잡지인 대구문화에서 운영하는 대구문화디지털아카이브, 대구미술관 내 미술정보센터 정도가 전부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세계유교문화정보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14억원을 들여 구축한다고 하고, 국립극장에서는 공연예술디지털 아카이브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꾸준히 편의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국악원·국립무형유산원·국립중앙극장·한국문화예술위원회까지 4개 기관이 뭉쳐 공연예술아카이브네트워크 통합 사이트를 오픈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지역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노인 한 명을 잃으면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루 빨리 살아있는 지역의 예술인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찾아내야 한다. 원로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과 자료를 찾아 예술가가 떠나더라도 그들의 작품 세계는 영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느긋할 때가 아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현정 (어울아트센터 공연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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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 아카이빙, 느긋할 때가 아니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1/20190130.0102307444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