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은신<작곡가> |
연휴면 어김없이 공항은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나의 최근 여행기록은 스페인의 마요르카다. 바르셀로나 남동쪽 지중해에 위치한 그 섬을 선택한 이유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연중 온난한 남극의 기후를 느껴보고자 함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나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의 여독을 풀고 다음날 마요르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2시간쯤 흘렀을까. 마요르카에 도착해 호텔로 향했다. 바람은 기대보다는 시원했지만 독일의 찬 겨울바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저녁 7시 온도계는 11℃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튿날 마요르카에서 가장 번화한 팔마 시내를 돌아보았다. 역시 오길 잘했다.
여행 셋째 날, 나는 쇼팽이 휴양차 머물렀다는 발데모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숙소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의 발데모사는 사진으로 보기에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속 마을이었다. 버스는 점점 산으로 향하더니 드디어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자연과 하나가 된 듯 산속에 쏙 박혀있는 마을 풍경이 너무나 정겹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2시간의 단거리 비행, 꼬불꼬불 산길에 멀미까지 한 것들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 버스에서 내려 동화 같은 마을을 걷고 또 걸으니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발데모사에서의 오후가 달콤하기만 했다.
쇼팽은 이곳 수도원에서 석 달을 머무르며 작품을 썼다. 그가 머무르던 4번 방에는 자필 악보와 피아노가 놓여 있다.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정원으로 나가니 새들은 정적 속에서 속삭이고 바람은 골짜기를 타고 따스하게 불어온다. 쇼팽은 아름다운 발데모사를 내려다보며 음악을 생각했구나.
3시간쯤 마을을 둘러본 뒤 산을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쇼팽의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폐병으로 인해 유럽대륙의 칼바람을 피하고자 그 긴 거리를 달려왔을 여정을. 마차로 몇날 며칠을 달려 항구에 닿은 후 항구에서 배를 타고 마요르카섬까지, 그다음 다시 마차에 모든 짐을 싣고 산속 발데모사까지. 잠은 어디서 잤으며 매 끼 먹을 것은 어찌 해결했을까. 고단하고 위험한 여정이었음에 틀림없다. 그의 작은 피아노도 같은 길을 왔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단 며칠 만에 쇼팽의 유적지에 도착한 나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기내에서 세 끼 식사를 해결했고 숙소는 스마트폰 앱에서 불과 몇 번의 클릭을 통해 예약했다.
단 며칠이면 지구 어디라도 닿을 수 있고 무엇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던 나에게 쇼팽의 여행은 말하고 있었다. 삶의 속도를 지금 조금 늦추어도 괜찮다고. 정은신<작곡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쇼팽의 여행](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2/20190207.0102208030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