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다솜<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 |
대구의 지형은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로, 흡사 거대한 아고라(Agora) 광장을 연상시킨다. 아고라는 ‘함께 모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고대 아테네 시민들이 모여 정치, 경제 등 이슈에 대해 논쟁을 벌이던 곳을 말한다. 21세기 현대판 ‘아고라’의 도시 대구는 2014년 전국 최초로 시민원탁회의를 도입하여 민-민, 민-관 소통의 장을 열었다.
나는 지난해 대구 프린스호텔 리젠시홀에서 열린 시민원탁회의에 참가했다. 퍼실리테이터의 진행에 따라 21번 테이블에서 처음 보는 시민들과 총 10가지 의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선전자투표를 통해 스크린으로 대략적인 현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수백명이 참여한 회의다 보니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이 짧아 실질적인 토론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쉬움을 갖고 리젠시홀을 나서는 대구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수용 가능한 새로운 토론문화에 대해 상당한 수요가 잠재되어있음을 깨달았다.
잰 코언 크루즈의 ‘지역예술운동’에 따르면, 공공 미술이론가 수전 레이시가 펼친 ‘암호 33’이라는 제목의 공동체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도시 전역의 8개 주민공동체에서 각각 10명씩 대표들이 참여하고, 100 명의 경찰관과 150명의 10대가 참여했으며, 30대의 텔레비전 모니터와 20대의 경찰차, 1대의 경찰 헬리콥터가 동원되었다. 10대와 경찰들이 무리를 이루어 넓은 7층짜리 주차장 지붕 위에 앉아 퍼포먼스를 만드는 동안 나누었던 대화를 계속했다. 해가 지면서 지붕 위의 사람들은 빨강, 하양, 검정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서 쏘는 불빛을 받았다. 관객은 경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난 다음 직접 토론에 참여하여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서로의 관계를 개선할지 고심했다. 시장은 물론 여러 지역 공무원과 지역 방송의 뉴스 캐스터들을 비롯한 1천여 명의 관객이 이 행사를 지켜보았다.
지역 이슈를 공론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대구에서 직접 연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고 꿈꿔본다. 대구에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토론 문화 성장을 촉진하는 흥미로운 예술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가들과 시민이 만나 지역 변화를 꾀하는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교류의 장부터 열어야 한다. 토론 문화의 정착은 ‘지역력’(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연계하여, 과제를 찾아 해결하는 힘)’이 길러진 더 나은 사회로 진입하는 필수 과정이다. 이다솜<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토론하는 시민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2/20190208.01020075824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