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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피나 바우시의 ‘보름달’

2019-02-22
[문화산책] 피나 바우시의 ‘보름달’

나는 객석에서 피나 바우시(1940~2009)의 ‘폴몬트(Vollmond, 보름달)’ 무대를 바라봤다. 밤하늘처럼 온통 새까만 무대에 커다란 암석 하나, 그 위로 내리비치는 조명이 은은하고도 신비로운 달빛을 흉내낸다. 긴장감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술렁이던 객석은 이내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두 명의 무용수가 손을 맞잡고서 지구와 달이 공전하는 모양새로 무대를 빠른 속도로 돈다. 1분에 4천ℓ의 물이 쏟아지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단체로 헤엄치고, 다이빙하고, 노를 젓는다. 움직임에 방해되는 조형물에 맞서는 숙련된 무용수들의 격정적인 안무는 텅빈 무대를 꽉 채울 만큼 긴장감을 주고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독무를 추는 여자, 암석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남자, 폭우를 맞으며 절규에 가까운 독백을 내뱉는 여자, 남자에게 키스를 쏟아붓는 여자. 일정한 줄거리 없이 장면들을 몽타주하듯 엮어 놓았다.

무용수가 대사를 소화하며 연기하거나 춤을 추기도 하는 ‘아방가르드’한 이 작품은 ‘탄츠 테아터’로 분류된다. ‘무용(Tanz)’과 ‘연극(Theater)’을 결합한 장르다. 독일 표현 발레의 개척자 쿠르트 요스에게 정형화된 안무를 벗어난 자유로운 무용을 사사받은 피나 바우시. 그녀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독일의 ‘탄츠 테아터 부퍼탈’에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했다. 무려 16개국 출신의 무용수와 작품을 만들어가며, 스승 쿠르트 요스가 싹을 틔운 새로운 무대 어법 ‘탄츠 테아터’를 확립했다.

‘폴몬트’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문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형식의 무대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마음속 깊숙한 곳을 울리는 것은 달빛으로 어두운 인간 내면을 비춰보려 시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훤한 달빛 아래 고독에 몸부림치는 무용수는 물웅덩이에 풍덩 빠져들어 헤엄치고, 기다림에 지친 무용수는 레몬즙을 온몸에 뒤집어쓴다. 그 순간 우리는 무용수가 아니라 마주하기 두려운 감정들에 허우적대는 한 인간을 목격한다. 피나 바우시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인간의 숙명을 달이 지구의 물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힘에 빗댄 시를 무대에 써 내려간 것은 아닐까. 인간의 본성을 다룬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진정 빛이 바래지 않을 명작이다. 시대불변의 가치를 동시대인과 새로운 형식으로 소통하고자 했던 무대 위의 혁명가 피나 바우시와 달빛 속 산책을 끝으로 ‘문화 산책’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이다솜 (프로젝트 극단 청춘무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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