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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초하루가 되면 우리는 여러 모로 새로운 기분으로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움츠러들었던 겨우내 추위를 뒤로하고 새봄을 맞이할 무렵, 모두 긴장과 설렘, 희망의 기운으로 충만되어 있지 않은가. 또한 3월 초하루는 달력에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어 한국인이라면 이날만큼은 일손을 놓고 차분히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날임을 상기시킨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어떤 새로운 자세로,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까.
흥미로운 것은 3·1운동과 문화라는 용어가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3·1운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1910년 경술국치 이래 일제의 무단통치에 있었으며, 3·1운동으로 인해 일제가 문화통치로 전환하게 됐다. 요컨대 일제는 무력 통치가 조선인의 반발심을 크게 자극했다고 판단하고 조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를 앞세운 통치전략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화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으며, 오늘날의 시점에서 어떤 함의를 갖고 있을까. 여기서 문화란 물론 일제를 거쳐 들어온 서구식 근대 교육, 의료, 종교 등을 포괄한다.
이러한 문화는 유럽 열강들이 수세기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를 건설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해왔던 전략적 무기였다. 마찬가지로 일제도 한반도에 학교·병원·신사를 세워 서구식 근대 학문과 예술을 교육하고, 식민주의 역사관과 신사참배를 강요하며 한반도 주민과 지식인들에게 문화적 열등감을 심어주려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화란 역사적으로 열강의 식민지 건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던 셈이고,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적 미디어산업의 주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문화적 헤게모니’ 이론을 제시하며 누가 문화를 주도하고, 어떤 문화를 창조하느냐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기도 했다.
최근 3·1운동을 3·1혁명으로 부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3·1운동이 기폭제가 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태가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그해 4월11일에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주권이 황제에게 있던 대한제국으로부터 국민에게 있음을 처음으로 선포한 민주공화국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매년 3월 초하루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보다 나은 국가를 꿈꿔온 수많은 마음들의 연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과연 일제강점기의 상황과는 달리 스스로 문화를 주도하고 있을까.
김기수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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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와 3·1운동](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3/20190304.0102408074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