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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얼굴이라는 지도

2019-04-24
[문화산책] 얼굴이라는 지도

얼마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DJ의 멘트가 나를 사로잡았다. ‘얼굴은 지나온 길이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비추는 지도이기에 세상에 못 생긴 얼굴 같은 건 없다’는 거였다. 어느 영화에 나온 대사였던 것 같은데, 문득 얼굴이 곧 지도라는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성형천국이라 불리는 이 땅의 현실을 지금 이 지면에서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얼굴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도는 공간의 표식이며, 얼굴도 신체의 물리적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건 시간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과학적 사고에 길들여진 우리가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위성 지도 이전에 무수한 지도가 존재했으며, 그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잡이가 되었다. 땅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지만, 그 표상으로서의 지도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도는 단순히 외부의 기술이 아닌, 세계관의 반영이자 관념의 산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얼굴 또한 그렇다. 모종의 유전자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직조하는 순간의 양태들 그리고 삶의 흔적들이 얼굴이라는 형태를 이룰 테니까. 그리고 시대의 요청과 신체변형기술(화장이랄까)이 더해져 완성되는 셈이니 얼굴과 지도는 무척이나 닮아있는 셈이다.

지도가 그러하듯 고정된 형태라기보다 관찰자 시점에서 재구성되고 재평가될 수 있는 유동적인 형체가 얼굴이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얼굴 그리고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볼 수 있다. 생김새 그 자체에 대한 1차적인 인식을 넘어서 습관과 삶이 새겨진 지형의 공간으로, 시간의 지층으로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도시를 탐사하며 지도를 그리듯, 그 얼굴의 깊이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정형화된 미적 기준이나 젊음의 기준에서 탈피하여 간주관적인 세계로서 얼굴을 만나는 여행이 된다. 평가나 교정의 대상이 아닌 여정을 이끄는 얼굴, 우리는 그런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화장을 하고 출근한다. 가릴 것은 가리고, 눈은 키우고 색감을 더한다. 늘상 지도를 보고, 그리면서도 내 얼굴이 지도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 내 얼굴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이 어떤 교차점을 빚어내고 있는 걸까. 이 얼굴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것들이 더 새겨질까.

안진나 (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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