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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갑상선 질환에 대해

2019-05-21

갑상선호르몬수치 이상 오기 전부터 심한 증상 나타날수도

20190521

한의원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갑자기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됐다. 사정을 물어보니 아침에 갑자기 기운이 빠져서 일어나지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오후에 몸을 추스르고 출근한 직원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특별한 증상이 없었는데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몸이 부어 있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의심이 되어 병원에 가 수치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직원은 며칠 후 병원검사를 받아봤지만 정상으로 판정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다 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며칠 정도 쉬어보라고 했지만 쉬어도 도저히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며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수치 정상으로 돌아와도 증세 지속되기도
증상 반복돼 평생 약물 복용해야 하지만
보음·보혈 한약으로 완치된 경우 있어

한 달 후 그 직원은 환자로 다시 방문했는데, 그동안 운동도 해보고 여행을 다녀보기도 했는데도 기운 없는 것이 여전하다며 많이 불안해 했다. 아무리 봐도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의심돼 수치와 관계없이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한약을 처방하고, 재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그러자 이틀 뒤에 전화가 와 한 달 전만 해도 정상이었지만 이번 검사에서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나왔다고 했다. 병에 걸렸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님에도 기쁜 목소리인 것을 보니 아픈 것보다도 더 힘든 것이 내가 왜 아픈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갑상선이란 목 앞 한가운데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 아래쪽 기도 주위를 감싸고 있는 내분비선이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요오드를 이용해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해서 체내로 분비한다. 여기서 갑상선 호르몬의 역할은 인체 내 모든 기관의 기능를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으로 에너지대사를 조절하고 아이의 경우 뇌와 뼈의 성장발육을 촉진시켜준다.

갑상선 질환의 종류는 기능적 이상이 발생했는가 아니면 구조적 이상이 발생했는가로 나누어진다. 기능적 이상이 발생한 경우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기능항진증이 있으며, 구조적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염증이 있을 시엔 갑상선염이라 하고 갑상선이 비대해져 결절이 생겼을 때는 갑상선종이라 하며 악성과 양성으로 나눈다.

앞선 직원의 사례처럼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으면 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 식욕은 없는데 몸이 부으며 체중이 증가하고, 반대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있을 시엔 식욕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소하며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심하게 느끼면서 심할 경우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갑상선이 있는 목 부위에 ‘인영(人迎)’이란 혈자리가 있는데, 혈명의 한자적인 의미로 기능을 받아들이는 연결점이라는 뜻을 가진다. 즉 인체에서 목이란 기능적 중심인 머리와 기질적인 몸체를 연결하는 입구의 의미를 가지며, 이는 갑상선이 가지는 역할과도 사뭇 비슷하다.

이렇게 볼 때 어떤 경우 갑상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기능과 기질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쪽에서 과부하가 걸렸을 때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은 힘들지만 도저히 쉴 상황이 아닌 경우나 일할 의욕은 없는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때와 같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서 수치를 정상으로 만들면 증상이 호전되나, 위의 직원처럼 수치의 이상이 보이기 전에 증상이 극심한 경우도 있고 또한 수치가 정상으로 되었으나 몸에 느껴지는 불편함은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한약도 많은 도움이 되는데 주로 보음, 보혈하는 약들이 쓰인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경우는 계속 증상이 반복되어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으로 완전히 치료된 사람도 꽤 있다.

필자의 경우 둘째 아이가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라는 난치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1년 정도 꾸준히 ‘경옥고’를 매일 반 숟가락 정도 먹였더니 10세 때 수치가 정상이 되었고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이 자라고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기능항진증은 눈에 보이는 뚜렷한 병적 증상이 없이 주위에서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무기력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지나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특별한 일도 없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힘을 못 쓰냐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뭔가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본인만의 큰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치료받으면 호전되지만 자가면역적인 부분의 밸런스가 깨어진 것이기에 크게 문제없이 보인다고 해도 완전히 낫는 것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위 사람들에겐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아무도 그 고통을 알아주지 않을 때를 상상해보자. 그것만큼 상처받는 일도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에 다시 한 번 가족과 지인들의 지극한 관심이 필요함을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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