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근본적인 동력은
내재하는 인적지식자본들
혁신지식서비스센터 설립
교수와 연구원들 머리맞대
현안해결 방안 찾도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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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시대에 강대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많은 약소국을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식민지의 인재와 재화는 강대국으로 빨려들어 갔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인재들이 도쿄로 유학을 가고, 광물자원과 양곡은 전쟁물자로 수탈되었다. 이런 구조는 지금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지방의 우수 인재는 서울의 대학으로 가고, 지역의 국회의원과 대기업의 임원들은 서울에 살면서 돈을 쓴다. 지방은 수도권의 식민지다.
이런 현실에서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3·1만세운동을 통해 꿈꾸고 도전했던 독립정신이 지역민들의 가슴 속에 없을 리 없다. 다만 그 대상이 타 국가가 아닌 서울과 수도권이고 지방의 거점 대도시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기의 고향에서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려는 지역민의 열망을 정치권과 국가가 모르는 척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도리어 정치인과 정권의 입장에서는 생명줄 같은 표로 연결되니 어떻게든 생색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앙이 주도해서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정치구호는 한마디로 ‘뻥’이다. 경북도는 이미 SK 하이닉스의 구미 유치 실패와 수도권 공장건설 결정과정을 통해서 이를 뼈저리게 확인했다. 다행히 대구는 국가물기술인증원의 유치라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대구통합신공항문제는 몇 년째 진척이 없다.
지역이 직면한 절망적 현실의 원인은 지역발전을 중앙이 나눠주는 큰 사업과 프로젝트에 의존하는데 있다. 지역 발전의 근본적 동력은 외부의 사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하는 인적 지식자본에 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대전에 패망하면서 산업의 기반이 대규모로 붕괴되었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을 통해 단기간에 경제를 재건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위기 지역도 인적 지식자본의 집적체인 지역 대학과 연구소를 활용해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애크런시는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줄도산하면서 회복불가능의 상황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폐쇄된 공장과 상가건물에 지역대학인 애크런대학의 강의실과 학교시설을 확장하고 지역의 강점분야인 보건의료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 역량을 집중해서 경제를 회생시키고 활력을 되찾았다.
외국의 성공사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정부의 역할이다. 지역정부는 직접 노를 젓는 일을 하지 않고 지역의 자강과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 인적자원과 지역 현안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구경북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대학이 소재하고 있고, 지역을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산업분야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혁신성장을 위한 네트워킹의 핵심은 빠졌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역의 대학과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 등 고도의 지식인력 집합체를 묶어서 지역의 현장에 연계하기 위한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대안은 대구시와 경북도를 생활과 경제산업 관련성을 기초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혁신지식서비스(RIKS)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 그리고 국가적 어젠다로 제시된 소위 리빙랩의 업그레이드 판(版)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일상생활 실험실’ 또는 ‘우리마을 실험실’ 등으로 해석되는 리빙랩은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법의 제시를 요구하는 주민, 문제해결을 위한 지식 생산과 기술적 전문성을 제공하는 연구개발 조직, 리빙랩 구축과 협력 활동의 구심점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RIKS센터는 시·도의 교육협력관, 출자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이 상주하면서 당해 권역의 주민들과 기초지자체 공무원을 통해 지역단위 현안을 수시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지역 대학교수 인력과 대구경북연구원 등 출자출연기관의 연구 인력 풀과 연계하여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혁신공간으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다.
위기를 위협으로 간주하면 평범한 관리자가 되고, 기회로 생각하면 창조적 기업가가 된다고 한다. 세계는 사람의 지식자본에 기초한 지역경쟁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지금 우리 지역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도전적으로 활용하는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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