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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독립큐레이터> |
현대미술을 피상적으로 바라봤을 때 새로움에 대한 강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창조·창의·창작 등의 단어들로 점철된 기발한 발상이 이러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현대미술이 단지 새로움만을 좇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새로움이 익숙해진다면 그것은 새로움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공간’의 출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부터였다. 1970년대 초반 미국에 잇따라 생겨난 대안공간은 당시 제도권에서 볼 수 없던 실험적이고 새로운 미술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대안공간은 1990년대 후반 서울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주류 미술계에 반발하여 ‘대안공간 루프’ ‘대안공간 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구에서도 대안공간들이 등장했다. 2006년 ‘대안공간 싹’과 ‘쌈지 마켓 갤러리’를 필두로, 2008년 ‘작은 공간 이소’, 2009년 ‘아트스페이스 펄’ 등 많은 대안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구의 1세대 대안공간 중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곳은 ‘비영리전시공간 싹’과 ‘아트스페이스 펄’ 정도다. 2016년 ‘아트클럽 삼덕’, 2017년 ‘리알티(Realti)’라는 공간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했다.
‘대안공간’을 규정지을 어떠한 형식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구의 대안공간들은 각자의 색깔로써 대안적 역할을 하고 있다. ‘비영리전시공간 싹’은 신진작가 발굴 및 인큐베이팅과 젊은 기획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년예술가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펄’은 현장비평과 전시기획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이론과 현장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아트클럽 삼덕’은 과거 독립운동가의 생가를 리노베이션하여 만든 공간으로 다양한 실험적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리알티’는 전시, 공연, 학술세미나 등 다양한 예술적 행사가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예술가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대안공간’이란 단어는 이제 철 지난 단어가 되었다. 이미 제도적으로 대안공간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역설적이게도 제도가 하지 않아 시작했던 대안공간의 일을 제도가 주목할 때 대안공간의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권의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을 주목하는 대안공간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서 그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다만 이렇게 남아있는 대안공간 또한 여타의 이유들로 인해 사라져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대안공간에 필요한 ‘대안’은 많은 관심과 참여가 아닐까 싶다.박천<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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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안공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5/20190527.01024082700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