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806.010240805150001

영남일보TV

별빛과 달빛이 비추는 야외무대…모든 좌석에 음향 완벽하게 전달

2019-08-06
20190806
베로나 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는 야외공연장 ‘아레나 디 베로나’ 외부 모습.
20190806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 공연장인 고대 원형경기장 앞 카페 거리에서 세계 각국의 관람객들이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구 26만명의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에서 해마다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축제(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이 축제는 2개월 반 동안 세계 각국의 50만명 관객을 모으고, 한 해 7천억원 정도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티켓 수입만 400억원. 올해 베로나 오페라축제(6월21일~9월7일)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일 트로바토레’,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토스카’,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플라시도 도밍고의 특별공연 등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좌석 종류는 입장료를 기준으로 11가지로 나눠져 있으며, 22유로에서 208유로까지 다양하다. 무대에 오르는 작품에 따라서도 입장료가 다르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 기념
오페라 ‘아이다’ 축제 첫무대 장식

베르디·푸치니·로시니 작품 중심
축제 기간 다양한 오페라 공연

아레나 무대 거친 성악가·연출가
명성 쌓고 능력 검증받아 스타로

최근 기량 미달 성악가와 무대로
관객에 실망감 주는 경우도 많아


◆로마시대 원형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가 무대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베로나의 고대 로마 유적인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에서 매년 6~9월에 열리는 오페라 축제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중 콜로세움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이고, 서기 30년경에 지어졌다.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검투사들의 경기가 열리던 이 원형경기장에서 1913년 8월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축제가 처음 열렸으며, 이후 해마다 열리고 있다. 축제 기간 이탈리아의 대표적 오페라 작가인 베르디·푸치니·로시니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페라가 공연된다.

아레나(Arena)는 원형경기장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검투를 위해 바닥에 깔았던 모래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서기 30년경 베로나 성 외곽에 건설된 당시에는 검투사들의 경기장으로 사용됐으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아레나 디 베로나는 극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850년대부터는 뛰어난 음향 효과가 알려지면서 오페라 공연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현재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임에도 거의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오페라 축제는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별빛과 달빛이 비추는 야외무대에서 당대 유명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공연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음악애호가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다.

1913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베로나 출신의 테너 조반니 체나텔로가 오페라 단장 오토네 로바토와 함께 행사를 계획했다. 두 사람은 고대 로마의 유적인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무대에 올렸다. 체나텔로는 직접 라다메스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 생존해 있던 작곡가 푸치니와 마스카니도 관람한 이 공연은 야외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이었다. 그리고 평면적 회화에 의존하던 오페라 무대를 처음으로 3차원적으로 만들어 활용했고, 그런 무대방식은 그후 야외극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공연에 적용되었다고 한다. 베르디의 ‘아이다’는 1913년 이 축제의 첫 무대를 장식한 이후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1914년 이후에는 회사나 개인제작자들이 축제를 주관했고, 1930년과 1931년에는 축제를 위한 위원회(Ente Fiera di Verona)가 결성됐다. 1936년에는 오페라 공연을 위한 자치조직위(Ente Autonomo Spettacoli Lirici Arena di Verona)가 만들어졌다. 1998년에 문화예술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면서 자치조직은 사설 재단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Fondazione Arena di Verona)이 오페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등으로 10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유명 성악가·연출가들 거쳐간 오페라축제

많은 성악가들이 베로나 오페라축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명성을 쌓았다. 1929년에는 테너 베니아미노 질리가 프리드리히 플로토의 ‘마르타’에 출연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20세기 초의 많은 성악가들도 있지만, ‘전후 3대 테너’라고 불리는 마리오 델 모나코(1945년 ‘아이다’ 라다메스 역), 주세페 디 스테파노(1950년 ‘라보엠’ 로돌포 역), 프랑코 코렐리(1955년 ‘카르멘’ 돈 호세 역)가 유명하다. 그리고 전후 양대 프리마돈나로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1947년 ‘라 조콘다’)와 레나타 테발디(1947년 ‘파우스트’ 마르게리타 역)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1947년 8월2일 툴리오 세라핀의 지휘로 테너 리차드 터커, 바리톤 카를로 탈리아부에와 함께 공연한 마리아 칼라스의 ‘라 조콘다’는 베로나 오페라축제 역사 중 최고의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자로 불렸던 테발디의 공연이 7월31일이었는데, 우천으로 취소돼 칼라스의 데뷔가 빨랐다고 한다. 마리아 칼라스는 그 후 1954년까지 정기적으로 베로나 오페라축제 무대에 섰다.

그 이후 파바로티·도밍고·호세 카레라스 등 스타 성악가들과 니꼴라 마르티누치·눈치오 토디스코와 같은 테너들, 최고의 투란도트로 찬사를 받았던 게나 디미트로바, 마지막 벨칸토 계승자라 불리는 마리엘라 데비아(소프라노)와 레오 누치(바리톤) 등이 베로나의 계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기량이 떨어지는 성악가들과 완성도 낮은 무대로 실망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오페라 단장과 무대 예술가들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능력을 검증받았다. 1953년 축제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무성영화 감독 게오르크 빌헬름 팝스트는 ‘아이다’에서 배가 나일강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대형 수조를 제작했다. 이러한 발상의 무대는 1999년 이탈리아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다시 선보였다. 피치는 코끼리·말·낙타 같은 동물들을 직접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올해 6월21일에는 1996년 베로나 오페라축제 데뷔를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던 프랑코 제피렐리의 연출작 ‘라 트라비아타’를 베로나 데뷔 파트너인 다니엘 오렌의 지휘로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지난달 15일 96세로 사망한 제피렐리는 2001년 ‘일 트로바토레’, 2002년 ‘아이다’, 2004년 ‘나비부인’, 2009년 ‘카르멘’, 2010년 ‘투란도트’, 2012년 ‘돈 조반니’, 2016년 ‘카르멘’ 등을 연출했다.

제피렐리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본분은 무대 연출가였다. 특히 평생을 오페라 연출가로 활약했고, 그 명성과 위상도 대단했다. BBC는 생전의 제피렐리가 ‘나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가 아니다. 나는 유일한 오페라 연출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베로나 오페라축제 작품 중 ‘라 트라비아타’와 ‘일 트로바토레’의 연출을 맡았는데,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다.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고대 원형극장이 문화재 보존을 넘어서 이 시대에도 당대의 문화를 수용하고 창조하며 생명력을 발휘하게 만들고 있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글·사진=이탈리아에서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봉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