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 법집행 경험’ 내세워 여야 20여명 여의도 입성 노려
현재 25석 가운데 8명…32% 달해
대구, 주성영·이명규 등 ‘와신상담
경북, 정종복·장윤석·이인기 준비
특정직업군 출신 편중 부작용 우려
대구경북(TK)지역 국회의원 의석(25명) 중 법조인 및 경찰 출신은 8명으로 전체 32%에 달한다. 10명 중 3명꼴로 많은 편이다. 이에 내년 4·15 총선에서도 율사·경찰 출신 후보자들이 거세게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다년간 법 적용·해석 경험을 어필하며 국회 입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의의 전당’에 특정 직업군 출신 의원이 편중될 경우, 국회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TK 국회의원 중 법조인 출신은 총 5명, 경찰 출신은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대구에는 판사를 지낸 주호영 의원(수성구을), 검사 출신의 곽상도 의원(중구-남구), 헌법학자 출신 정종섭 의원(동구갑)이 있다. 경북에서는 김재원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과 최교일 의원(문경-예천)이 검사 출신이다. 전직 경찰은 윤재옥 의원(달서구을), 이만희 의원(영천-청도), 김석기 의원(경주)이다.
여기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 중에서도 법조인이나 경찰 출신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법조인 출신으로 한국당 법률특보를 맡았던 강연재 변호사가 대구 중구-남구 지역구 출마를 벼르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검사 출신 주성영 전 의원도 북구을 지역에서 6년째 무료 법률상담을 하면서 한국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서울 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권오성 변호사도 최근 북구을 지역을 돌며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북구갑에는 국회의원과 북구청장을 지낸 이명규 변호사와 박준섭 변호사가 출마를 채비하고 있다. 수성구갑 지역구에서는 김현익 변호사와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 조정 변호사가 지역 행사 등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표심과 한국당 공천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종복 변호사와 노동인권변호사로 알려진 권영국 변호사가 각각 한국당과 정의당 소속으로 경주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영주-문경-예천 지역 출마 예상자 중에는 과거 문경-예천 지역구의 이한성 전 의원과 영주에서 3선을 지낸 장윤석 전 의원이 검사 출신이다. 이 지역구에선 황재선 변호사도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아 총선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안동에선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법률특보를 맡았던 안형진 변호사가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갑의 경우 유능종 변호사가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고검 부장검사를 지낸 박형수 변호사는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고령-성주-칠곡에는 변호사 출신 이인기 전 의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 인사로는 이상식 전 대구경찰청장이 민주당 수성구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오랜 기간 표밭을 다지고 있다. 달서구병 지역구에는 과거부터 총선과 지방선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다시 한번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우동 전 영천경찰서장은 민주당 영천-청도 지역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이강덕 포항시장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고, 시장직에만 전념하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포항남구-울릉 지역구 출마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들은 법 적용과 해석, 집행 경험을 가진 ‘법률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입법기관인 국회 입성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법조인·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은 수사경험을 바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정당 간 정치적 공방에서 강점을 보이는가 하면 정당의 변호사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의 원내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회 본연의 기능인 ‘민의 대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회는 입법기관인데, 사법·행정기관에 있었던 사람들로만 채워진다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률 제정이 어려워진다. 특정 직업군 출신의 인사들이 몰려있으면 직능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없다”며 “모든 직업군에서 직능 대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과 사회적 소수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입성해야 우리 사회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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