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공공건축물·도시재생사업 성공사례
외딴 섬처럼 고립됐던 영주시 영주동 삼각지마을에 들어선 영주노인종합복지관 내부모습. <ⓒ에프라인멘데즈 제공> |
인구 10만명이 조금 넘는 지방의 작은 도시 영주가 공공건축과 도시재생사업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전국 최초로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영주시는 도농복합도시에서 공공건축 선진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영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전국에서 1만5천여명이 찾았다.
전국 최초 총괄건축가제도 도입
기둥없는 대규모 복싱체육관 건설
올해 한국 공공건축 최우수상받아
고립된 삼각지에 복지관 2곳 건립
이낙연 총리 등 벤치마킹 줄이어
◆건축물을 통해 다시 보는 영주
영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와 소수서원이다. 또 지역특산물인 풍기인삼과 영주사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소백산국립공원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젠 공공건축이 자리하고 있다. 영주가 공공건축물의 도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건축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건축학도가 감탄을 감추지 못한 건축물이 바로 영주 부석사다.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과 배흘림 기둥,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영주시가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공공건축물과 도시재생사업이다. 영주시는 단순히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더 나아가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 자산의 활용, 공간의 질적 수준 향상 등을 함께 연구했다. 특히 인구유출을 막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시키자는 목표로 공공기관의 혁신이 시작됐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관, 후생시장, 조제보건진료소, 풍기읍행정복지센터, 실내수영장, 대한복싱훈련장, 선비도서관 등이다.
◆주민의 삶 속에 녹아든 건축물
영주는 영동선과 중앙선이 교차하는 도시 구조 탓에 고립이 된 삼각지 마을이 있었다. 오래된 집 몇 채와 밭이 전부였던 이곳에 노인종합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이 건립됐다. 두 건축물은 2018년 대통령에게 공공건축의 성공사례로 발표됐다. 올 3월에는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건축물을 대표하는 건물이 된 것이다. 두 건물은 공공기관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반듯반듯한 회색 건물이 주를 이루는 공공건축에서 발상을 전환해 안과 밖을 이으며 지역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건축에 관한 구태의연한 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 공공건축 혁신을 위해 정부가 만든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도 영주시를 롤모델로 삼을 만큼 공공건축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시공간, 삶이 융합된 새로운 도시
삼각지를 벗어나 시가지로 들어서면 가흥신도시와 연접해 있는 실내수영장과 복싱체육관을 만날 수 있다. 영주실내수영장은 창문 너머로 수영하는 모습이 간간이 보이는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수영장 내부에서는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여 햇살이 비치고, 사계절을 느끼며 운동할 수 있다.
복싱체육관 역시 특별하다. 걸어가는 길이 건물의 지붕이 되는 구조로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옥상 조경을 통해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설계이다. 특히 복싱체육관은 상당한 규모의 건축물인데도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부는 콘크리트트러스 구조를 도입해 기둥이 필요 없도록 구조화되어 체육관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두 건물은 2019년에 대한민국 공공건축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시가지로 가면 선비도서관이 있다. ‘선비’는 영주를 설명하는 단어로, 빗살무늬 모양으로 멋을 낸 외관과 경쾌한 구조로 지어진 도서관의 건물 내부와 외부 곳곳 틈을 낸 공간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밝음을 더해준다.
◆지역민 일체감, 행복지수 상승
영주시 문수면 조제보건진료소는 동네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이자 사랑방 노릇을 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커다란 기와지붕을 얹은 듯한 외관을 가진 보건진료소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또 풍기읍행정복지센터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사방에 사무실이 면하도록 한 사람인(人)자 모양의 구조를 갖고 있다. 어느 방향에서나 자연스럽게 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아름다움은 물론 주민의 편의를 위한 공간배치가 돋보인다. 이 공간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하나의 광장이 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빗살무늬 모양의 영주선비도서관. <영주시 제공> |
◆도시재생, 시민 행복 디딤돌
공공건축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것이 영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이다. 영주에서 가장 노후된 후생시장은 1950년대 지어진 근대 목조건물로 한때 성황을 이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골목상권이 점차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공모해 ‘근린 재생형 사업부문’으로 선정됐다.
영주시는 전통시장의 풍경을 간직한 이곳을 철거하는 대신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정해 개발에 나섰다. 목조건축물 49동을 복원하는 근대경관 복원사업을 비롯해 영주근대역사체험관, 고향사진관 등이 들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 외관뿐만 아니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업기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할매묵공장과 할배목공소는 2017년 마을기업 박람회 및 공동체 한마당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행안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공건물의 디자인 혁신을 이루고 내부 또한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덕에 영주시는 올해 3년 연속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도시재생 선도사업은 국토부 평가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영주=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장욱현 영주시장 인터뷰
“멋진 도시가 되려면 건축의 내부 공간은 다양한 개성이, 외부의 공간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천편일률적으로 솟아올라 시간이 지날수록 외면받는 형태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친화적, 진짜 도시건축물이 되어야 합니다.”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를 우리나라 공공건축을 대표하는 도시로 만든 장욱현 영주시장<사진>은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고, 도시가 어떻게 디자인되느냐에 따라 시민의 삶이 달라진다”며 “공공건축물 하나 하나 시민들의 삶에 녹아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장 시장은 “2008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관성 있는 공공건물 관련 정책을 펴왔다”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전체 부서의 사업을 파악해 자문을 하고 진행하는 총괄건축가 제도였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총괄건축가 제도를 제대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영주시와 경북도, 서울시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 시장은 “이제 영주시는 역사문화관광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건축기행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김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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