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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상준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 .30] 어수선한 때는 장르소설을 읽는다

2020-03-03

이겨내기 위해, 잠시 잊고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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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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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각종 언론과 방송은 확진자 수와 그들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질병관리본부의 동향 등으로 메워지고 있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사람으로 들끓던 장소가 부쩍 한산해졌다.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지역은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대형 마트의 손님이 줄었고 식당에는 손님이 뚝 끊기다시피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가히 '비상 사태'라고 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확진자가 30명을 넘지 않았을 때만 해도 국가의 방역 체계가 잘 작동하여 이번 바이러스가 쉽게 격퇴되는 것으로들 알았다. 사태가 급변한 것은 바로 며칠 전부터였다. 이른바 '청정 지역'으로 여기던 경북에서 집단적인 감염이 발생하여 수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구의 신천지 예수교회 집회와 청도의 대남병원 정신 병동이 진원지가 되었다. 신천지 신도들이 여러 곳에 퍼지면서 감염 지역이 전국이 되었고, 매우 안타깝게도 대남병원 정신 병동은 일본 크루즈선보다 훨씬 집약적인 감염 사례를 보였다.

사태의 변화를 따라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크게 변하는 것 같다.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이 두려움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사망자가 생기고, 내가 사는 곳 주변에 확진자가 있다는 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여야 한다. 두려움이 커져 그에 굴복하게 되면 사태의 원인을 두고 남을 탓하는 데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우한 사람들 혹은 더 나아가서 중국인을 탓하는 혐오 발언을 우리는 이미 봤다. 그러한 태도에 약간은 공감을 했던 경우라도, 서양에서 아시아인 전체를 바이러스 보듯 한다는 뉴스를 보고는 억울해 하며 서양인들을 비판적으로 봤을 것이다. 이런 상식을 잃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이 혐오 감정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두려움을 이겨 낼 필요가 있다.


두려움이 혐오로 치닫는 코로나사태
특정지역이나 사람이 문제일 수 없어
세상 어수선함 더하는 대신 차분하게
손 위생 주의하며 하던 일 계속해야

책에 빠져 보는 것 역시 좋은 방법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문제지 사람들이 문제는 아니다. 사태가 좀 더 악화된다 해도, 주의를 게을리 했거나 사태를 얕잡아 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일 뿐이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사람이 문제일 수는 없다. 교통과 교류를 막는 것이 적절한 해결 방안이 아님은 일찍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되었다. 고립되어 살 수는 없는 이상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태가 급변했다고 해서 이전의 조처 모두가 잘못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 자제해야 한다.

시민인 우리가 취해야 할 대처 방안은 간단하다. 질병관리본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말해 주듯이,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위생에 신경 쓰며 생활하면 된다. 열이 나며 기침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끼고 질병관리본부나 선별진료소에 연락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 이게 전부다.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보통 시민은 손 위생에 주의하며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는 국가 사회가 멈춰 설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구태여 갈 필요는 없지만, 생활은 유지해야 한다.

직장인은 일해야 하고 학생은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의 노고를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일상을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없는 듯이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만용이다.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 기관이 해야 할 조처를 행할 필요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은 가급적 피하거나 미루며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발달된 과학의 산물을 가능한 대로 선용하는 것이 좋겠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회사는 그것을 권장하고, 감염이 확산되는 지역의 학교라면 온라인 학습 등으로 수업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생활이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이 운집하는 방식은 지역에 따라서 삼가야 한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경우라면 대형 마트 쇼핑이나 운동장이나 극장, 공중 체육 시설 등의 이용을 피할 일이다.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고 프로 스포츠나 영화는 텔레비전을 통해 즐기면서, 그동안 거리를 두었던 다른 문화생활에도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을 보내기로 치자면, 소설 읽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 어떤 소설이든 좋지만, 한동안 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은 경우라면 대중문학, 장르문학이 딱 좋다 하겠다.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추리소설을 펼쳐 드는 것은 어떤가. 보통사람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작가 한 명을 소개한다.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 하게 되었다면 무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헤밍웨이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심농을 읽겠다고 했다. 그와 함께라면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라며 말이다.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겨울에는 코냑 한 통, 그리고 심농 소설과 지내는 게 최고"라고 했단다. 조르주 심농은 메그레 반장을 내세운 시리즈로 유명한 세계 삼대 추리 작가의 한 명으로, 그의 작품은 전 세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5억 권 이상이 팔렸단다. 이참에 한몫을 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혹시라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그것부터 챙겨 보는 것도 좋으리라.

추리소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SF는 어떠한가. 과학소설을 펴들고 읽어 본 적이 없는 경우라도 할리우드에서 나온 SF 블록버스터를 재미있게 본 경험이 우리 대부분에게 있지 않은가. SF의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을 쓴 작가는 따로 몇 명을 추리기가 쉽지 않을 만큼 다양하다. 로봇 3원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와 그와 더불어 SF를 크게 유행시킨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부터 시작해서 필립 K. 딕, 어슐러 르 귄, 로저 젤라즈니 등이 말 그대로 성좌를 이룬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쟁쟁하다. 복거일과 듀나를 위시하여 김보영, 김창규를 거쳐 최근의 김초엽에 이르기까지, 어수선한 세상을 잠시 잊고 소설 읽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을 내놓은 작가가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이겨 내는 길이 우리 모두가 스물네 시간 내내 그 소식을 접하며 마음을 졸이는 것일 수는 없다. 침식을 잊고 방역과 치료 업무에 몰두하는 관계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업무를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일상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잠시 잊고 마음을 다른 데로 돌리는 일이 필요한데, 집에 앉아 책에 빠져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지 싶다. 생각해 보면, 고전의 앞자리에 있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1351년)도 흑사병을 피해 나온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가족이 모여 평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거나 보드게임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세상의 어수선함을 더하는 대신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과 가족의 추억거리를 깊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학부장·문명시민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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