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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갈 때 무거운 짐이나 다른 약속이 없으면 걸어서 간다. 집에서 갤러리까지는 차로 이동하면 10분, 빠른 걸음으로는 20분, 천천히 걸으면 40분 정도 걸린다. 아주 천천히 걸으면 50분에서 1시간 걸린다. 걸어가면 집에서 중동교와 희망교 사이 신천둔치까지 5~10분, 김광석 거리와 이어지는 대백프라자 앞 지하통로까지 10~30분, 김광석 거리를 지나 갤러리까지 가는데 5~10분 걸린다.
걷는 속도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와 다가오는 것이 다르다. 빠른 속도로 걸으면 이미지만 남지만, 속도를 늦추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꽃길과 나무, 물소리와 바람소리,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청둥오리, 바둑·장기 두는 어르신들, 의자에 앉아 있거나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또렷하다. 이보다 더 속도를 늦춰 아주 느리게 걸으면 나도 모르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신천둔치를 따라 걷다보면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강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돌다리에 내려가면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중간쯤에 가만히 서 있으면 계곡에서 듣는 물소리처럼 크게 들려 이곳이 도심 속이라는 생각을 잊게 된다. 돌다리 근처에 청둥오리가 둥둥 떠다니며 머리를 박곤 하는데, 물고기를 가끔 집어 올리기도 한다. 멈춰 서서 흘러내리는 물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그 움직임이 재미있어 한참을 보게 된다. 흘러내리는 물이 돌다리에 부딪혀 내 몸에 튀기도 하는데, 부딪히는 물의 모양을 보느라 다리가 저릴 때까지 앉아 있게 된다. 청둥오리뿐만 아니라 목이 길고 다리가 긴 왜가리·백로 같은 새들도 우아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흐드러지게 핀 물가의 풀들 사이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아주 짧은 시간, 도시는 사라지고 자연만이 내 시야에 남아 있다.
1년 전쯤 대봉교 근처에서 수달을 본 적이 있다. 대봉교를 지나 대백프라자가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수달 조각상을 지나가며 봐왔던 터라 수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가는 방향과 반대로 헤엄치고 있어서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따라갔다. 야생에서 수달을 본 것은 처음이다. 신천둔치 수달 조각상 얼굴의 반 정도 크기의 작은 얼굴에 까만 코, 까만 눈, 긴 수염,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는 미끈한 몸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수달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대봉교와 희망교를 지나 중동교까지 갔다.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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