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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효원<현대무용가> |
한 예술가의 인터뷰에서 읽은 인상적인 말이 있다.
"최고의 영감은 '마감'이죠."
'영감'보다는 '마감'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매번 시간에 임박해서 일을 마무리하는 나에게 공감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일을 미뤄두다가 마감을 앞두고 급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급하게 마무리한 일은 늘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은 그러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준비 기간이 짧기에 그 일들은 항상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평소에 생각해왔던 것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공모사업에 지원해 작가로서 작업을 소개하는 인터뷰(심사)가 있었다.
준비해 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열심히 인터뷰 질문에 응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몇 년 뒤 같은 인터뷰를 다시 하게 됐다. 두 번째 지원한 사업이기도 하고, 습관대로 또 급하게 준비해서 갔기에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까지 들었다. 당시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첫 인터뷰와는 다른 모습으로 막힘없이 작업을 설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와 비교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분명 달라진 나의 생각과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두 번의 준비 없이 참여한 인터뷰 중에서 처음과 달리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나의 생각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았다. 첫 인터뷰에서 선정되지 못했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왜 대답을 하지 못했는지,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 무의식적으로 계속 고민해 왔던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그 일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기에 앞서 평상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준비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평소에 주변의 사소한 것에도 항상 옳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작업에 임하기로 다짐한다.
루이 파스퇴르의 명언인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권효원<현대무용가>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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