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 "민주적 통제로서 권한 분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조만간 8월이 가기 전에는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검찰이 인지 수사를 하는 직접 수사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제공〉 |
서울지역 5선 의원에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인터뷰했다. 그는 스스로 대구 세탁소집 딸이라고 밝히며 '내게 살과 뼈를 준 고향'이라며 애정을 표시했다. 그러나 지역의 정치지형을 의식한 듯 "대구경북은 아무래도 내게는 아직은 어렵다"라는 애잔한 맘도 드러냈다. 추 장관은 여권 일각의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 법무부 출장소에서 그를 만났다.
한명숙 前총리 사건 둘러싸고
'짜맞추기식 檢수사' 지적 있어
그런 문제가 있다면 고쳐져야
檢 막강한 권한 견제받지 않아
민주적 통제로 권한분산 필요
경찰도 자치경찰제 도입해야
▶많은 국민의 관심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이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검찰사무에 대한 총괄 책임자는 장관이다. 시발점이 어디건 간에. 한 전 총리 건과 관련해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수사 관행이다. 인권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는 회유, 협박, '짜놓은 기획대로 증언 유도했다' 하는 등이 지적됐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심각하고, 고쳐져야 한다. 수사하는 쪽에서는 불가피한 수사 기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권 의식이 발달하고 있고 헌법상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총리라는 신분을 가졌던 사람마저도 만약에 잘못된 수사 관행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백 없고 돈 없는 일반 국민이야 오죽하겠나."
▶그런 의문 제기라면 보수우파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수사를 지적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왜 한 전 총리 사건만 문제로 삼나.
"신분이 대통령이냐 총리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 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런 것이 아니다. 나쁜 수사 관행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 먼저 있어 조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정치적 생각을 달리 하는 쪽에서 제기된 수사 문제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검찰 개혁이 취임 일성이었다. 어느 정도 진행됐나.
"권력기관을 국민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검찰권의 무분별한 행사라든지, 또 없는 죄를 만든다든지, 돈 없는 사람에게는 더 가혹하다든지 그런 것들을 개혁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검찰 개혁이라는 것은 광복 이후에 한 번도 못 해 본 것이다. 검찰의 칼을 무력화시키는 일도 많이 있었다. 검찰권의 올바른 행사를 위해서도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검찰이 왜 지탄받는가 하면 막강한 권한을 견제받지 않고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통제로서 권한 분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한 발자국씩 옮기고 있다. 8월이 가기 전에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검찰이 인지 수사를 하는 직접 수사의 권한을 대폭 내려 놓는 입장을 밝힐 것이다."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정치권 공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차단해주는 법무부 장관의 역할도 필요하지 않나.
"당연히 필요하다. 모든 케이스의 정치적 책임은 장관이 지는 것이다. 수사 인력 보강과 예산 등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런데 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울산 선거개입 의혹, '드루킹 사건' 등이 제대로 수사되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이 많다.
"그래서 취임 초반 인사에서 그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는 인사이동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사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수사 지휘부'가 이동되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많다.
"수사의 공소 유지는 실무적으로 하는 부서가 중요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제대로 되려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다. 권력의 분산은 기관 사이도 중요하다. 사실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민주적 통제이다. (중·장기적으로) 검찰도 선출직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그 분산을 어떻게 시키느냐, 그것이 자치경찰이다. 지역주민이 뽑은 도지사·시장의 지휘를 받는 속에서 시·도지사가 치안 책임도 지는 것이다. 치안 책임을 지는데 치안 책임자를 임명 못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공안위원회 등을 두고 마치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듯이 공안위원회가 치안조직에 대해서 중간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가.
"행자부, 법무부 등 관련부처 장관이 자주 논의하고 있고, 실무자도 협의하고 있다."
▶검찰 고위직에 대한 호남 편중 인사, 대구경북 출신에 대한 인사 홀대 비판이 나온다.
"지역 안배는 당연히 신경 쓰는 요소이다. 표를 줬다 주지 않았다 하는 문제를 떠나 국민통합은 중요하다. 현재 검사장급 고위 간부 총 41명의 지역 분포는 서울·경기 15명(36.6%), 충청 3명(7.3%), 대구·경북 6명(14.6%), 부산·경남 5명(12.2%), 호남 10명(24.4%), 기타 2명(4.9%)이다."
▶7월에 출범하는 공수처 1호 대상 논란이 있었다. 여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수처 1호 사건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설립 취지와 공수처 출범 이후 상황을 고려하여, 공수처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헌정사상 두 번째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여성계가 주목하고 있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대구여성회에 성금도 기탁한 것으로 안다.
"평소 봉사자에게 격려가 되는 일은 없을까 늘 생각해 왔다. 사실 검찰 내에서도 청소년여성 범죄 사건을 다루는 직제는 일은 열심히 하는데 보람은 적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 내에 여성아동청소년국을 신설해 체계를 갖추어 봐야겠다 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법무부 내에 지역 현안인 대구소년원 이전 상황을 알고 싶다.
"작년 11월 국회 예결위에서 '대구소년원 이전 타당성 조사' 연구비 1억원을 배정받아 이달에 조달 의뢰한 상태다. 용역 결과는 12월경 나올 예정인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구시와 관계부처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
▶추미애는 어떤 정치인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고집이 센'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보면 너무 억울하고(웃음). '중심이 있다. 심지가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다.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하고, 궁리도 많이 해야 한다.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면 귀가 얇으면 안 되고, 유불리에 흔들리면 안 된다."
▶긴 정치 여정 속에서 가족에 대한 애환 등이 없지 않을 듯하다.
"맘으로는 애잔한데 어차피 시간도 못 내주고 하니…. 나는 (자녀들이) 자랑스러운데 아이들은 바쁜 엄마, 유명한 엄마 밑에서 누구의 딸, 아들로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래라저래라 한 적은 없다."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는 조국 장관의 '내로남불'이 많이 회자된다.
"(정권 출범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다들 그렇지는 않다. 국민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잘 알고 있고 이 기회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대구경북은 피와 살을 주신 곳
지역민들 코로나사투 큰 감동
맘편히 얘기할 기회 만들고파
대구소년원 이전용역 진행 중
12월쯤 결과…市와 긴밀 협의
▶고향 대구경북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추 장관을 바라봐야 하나.
"먼저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에서 참 힘들었을 것인데 대구시민 전체가 서로 아끼면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이 컸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 저로선 피와 살을 주신 곳이니까 늘 그립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어렵게 생각을 하실 수 있다. 저도 고향 분들에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뭔가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 속에서 아직은 좀 편안하지 않다.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1958년 대구 달성 출생 △경북여고, 한양대 법학과 졸업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춘천지방법원·광주고등법원 판사 △15·16·18·19·20대 국회의원(5선) △더불어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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