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찾은 '동촌역사 작은 도서관'. 코로나19로 앞 뒤 출입문이 모두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작은 공원으로 조성된 역사 도서관 앞마당에서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더위를 피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공중전화부스 크기의 '동촌 기찻길 옆 책방' 바로 옆에 복원해 놓은 대구선 폐선 양쪽에 있는 벤치는 어르신들에게 쉼터를 제공 했다. 자전거를 타며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생들도 시선에 들어왔다.
동촌역·반야월역 작은도서관
'ㅅ'자 박공지붕 형태 70년간 한자리
2008년 폐역후 입석동 동촌공원 이전
76년간 대구 석탄 공급 수행 반야월역
1·2층 다락방 다양한 장서 8천권 소장
동촌역사 작은 도서관은 2005년 대구 도심 주택가에 있던 동대구~청천 구간의 대구선이 시 외곽으로 이전되면서 여객 취급 중단에 이어 3년 뒤인 2008년 폐역이 된 동촌역사를 300m 떨어진 대구 동구 입석동 동촌공원으로 옮겨 2014년 문을 열었다.
'ㅅ'자 형태의 박공지붕은 1917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1938년 대구~영천 구간 광궤선 개량에 따른 새 역사(驛舍) 건립 이후 7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동촌역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붕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동촌역사는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건축면적 176㎡(약 54평)의 동촌역사 작은 도서관에는 5천300여 권의 장서가 있으며, 내부는 복층 구조로 1·2층에서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층은 다락방이어서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 위주로 장서를 배치했다고 한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휴관이 이날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동촌역에서 안심 방면으로 7㎞ 정도 떨어진 곳에도 대구선 폐선으로 폐역이 된 반야월 역사를 활용한 도서관이 있다. 같은 날 오후 늦은 시간 찾은 '반야월역 작은 도서관'은 별도 주차공간이 없어 역사를 바로 앞에 두고도 주위를 몇 바퀴나 돌다가 겨우 근처 빌라 주차장에 주차한 뒤 5분여를 걸어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휴관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역사 도서관 앞 반야월공원은 인근 주민들의 쉼터와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산책 나온 한 어르신은 사진 촬영을 하던 기자에게 "이 역이 얼마나 유래가 깊은지 아느냐"며 반야월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3·1운동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17년 대구선 신설에 따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반야월역은 동촌역보다 6년 앞선 1932년 지금 모습의 역사가 지어졌다. 원래는 지금의 위치에서 대구시내 쪽으로 약 2㎞ 떨어진 안심연료단지 근처 동구 신기동에 있던 반야월역은 주로 대구지역에 석탄을 공급하는 기능을 했다. 동촌역과 마찬가지로 대구선 이설에 따라 2005년 여객 취급을 중단했고, 2008년 폐역이 됐다. 건축면적 117㎡(약 36평)의 반야월역은 동촌역과 달리 박공지붕이 건물의 중심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반야월역사도 2006년 등록문화재 제270호로 지정됐다. 2011년 문을 연 반야월역사 작은 도서관은 1층과 2층 다락방에 8천여 권의 다양한 장서를 갖추고 있다.
금강역 새마을호 카페
2014년 안심창조밸리 거점지역 선정
새마을호 폐열차 개조, 관광명소 거듭
역광장 버스킹·로컬푸드 직매장 인기
폐역이 된 역사 앞이 '열차 카페'로 변신한 곳도 있다.
대구 동구 안심지역 아파트단지 끝자락을 따라 금호강변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큰 건물이 하나 보였다. 바로 금강역이다. 하지만 새 역사인데도 역무원은 찾을 수 없었고, 역사 입구에 옛 새마을호 폐열차 객차 두 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마을호 객차 두량은 다름 아닌 열차 카페였다.
금강역은 대구선 이설로 폐역된 동촌역과 반야월역을 통합해 2005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대구선의 통근열차가 폐지되면서 2008년 여객 취급을 중지했다. 이어 2013년 승차권 발매 업무마저 중단하고,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 기능을 상실했다. 역사 내 벽면에 붙어있는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에는 시간과 요금은 없이 역명만 쓰여 있었다.
역 기능을 상실한 금강역은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겨 역사마저 폐허가 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4년 대구 동구청의 '안심창조밸리 조성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공모에 당선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동구청은 안심창조밸리 내 주요 거점지역으로 금강역을 선정했고, 2017년 4월 금강역에 열차 카페를 조성했다.
새마을호 폐열차 두 량을 개조한 금강역 열차 카페는 문을 열자마자 안심창조밸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근처 연밭에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200명, 주말이면 평균 600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동구의 명소가 됐다. 또 주말이면 금강역 광장 앞 야외 공연장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최되지 않던 버스킹 공연이 지난 14일 반야월연꽃마을협동조합과 안심창조밸리주민협의체 주최로 4개월 만에 소리샘의 공연으로 열려, 인근 주민들이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 광장 한편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마련돼 있어 지역 특산품인 연(蓮) 관련 가공식품과 농산물도 구매할 수 있다.
'비 내리는 고모령' 배경 고모역
현인 히트곡 등 전시 '고모역 뮤지엄'
경사 높은 고모령, 가다 서다하는 기차
징병아들 한번 더 보려는 母情 진풍경
행복한 공간 '복합문화의 장' 새 활력
가수 현인이 노래한 '비 내리는 고모령'(1949년 발표)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 '비 내리는 고모령'(1969년 제작)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대구 수성구 고모역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16일 찾은 고모역은 동촌역사, 반야월역사와 달리 플랫폼 쪽 출입문이 개방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휴관을 이어 가다 지난 2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고모 뮤지엄'으로 변신한 옛 역사 대합실을 들어서자, 고모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글과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1981년 경산 열차 추돌사고와 2003년 고모역 열차 추돌사고 관련 신문기사가 시선을 멈추게 했다.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대합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3개 벽면에는 영화 '비내리는 고모령' 관련 포스터 등 각종 기록물과 가수 현인을 상징하는 히트곡 가사와 축음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왼쪽의 작은 카페에서는 커피 등 음료를 판매했다.
역사 입구에 지난해 4월1일 제막식을 가진 한국 시단의 거목 구상 시인(1919~2004)의 '고모역' 시비도 있는 고모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대구와는 깊은 인연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징병 가는 젊은이들이 탄 열차가 높은 경사의 고모령을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해 몇 번이나 정차를 해, 이때 징병 가는 아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모여든 어머니들로 그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1925년 간이역으로 문을 연 고모역은 1931년 보통역으로 승격한 뒤 1970년대엔 연간 5만4천여 명이 이용할 만큼 큰 역이었다. 당시 새벽에는 역 인근 주민들이 채소를 내다 팔기 위해 완행열차를 탔고, 밤에는 군부대 전세열차에서 내린 신병들을 보기 위해 부모들이 역 주변에 진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승객 급감 등의 이유로 2006년 11월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 한동안 버려지다시피했던 고모역은 한 민간단체가 코레일이 주최한 '간이역 위탁운영을 위한 국민제안 공모전'에 선정돼 2013년부터 '고모역 문화관'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성과 미미로 2016년 2월 위탁운영 계약이 종료된 뒤 2년 넘게 방치됐다. 이에 대구시가 고모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돼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야간관광 100선 아양 기찻길
화물전용 철로 활용후 기찻길 재탄생
전망대·박물관·갤러리·카페로 개방
금호강변·철교 어우러진 야경 환상적
대구선 이설에 따른 열차 운행 중단으로 역할을 다했던 아양철교는 대구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아양철교는 1917년 대구선 개통 당시 이곳이 아닌 현재의 아양교쪽으로 철교가 있었는데, 1935년 철로가 표준궤로 바뀌면서 새로 건설됐다. 2005년 대구선이 시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철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청천역~K2 연결선이 완공되지 않은데다, 저탄장으로의 석탄 수송과 양회 수송으로 인해 2008년까지 화물 전용 철로로 활용됐다. 73년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던 아양철교는 이후 활용 방안을 놓고 철교 위에 객차를 끌고 와서 열차 카페로 운영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지만, 안전등급에서 D를 받고 철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대구선 폐선부지의 공원화에 힘입어 2013년 말 보강공사를 거쳐 주민 통로와 전망대로 재탄생했다. 명칭은 '아양 기찻길'.
2013년 12월 아양철교는 유리 건물로 조성된 전망대와 디지털 다리 박물관, 갤러리, 카페 등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아양 기찻길은 금호강변을 따라 조성된 벚꽃 길 야경과 함께 다리 위의 철로 및 흐르는 강물을 함께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양 기찻길 디자인을 맡았던 백명진 당시 서울대 교수(디자인학부)는 다음 해 독일에서 열린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아양 기찻길을 모범 폐철교 재활용 사례로 출품해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아양 기찻길은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야간관광 100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관광산업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신규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의 추천을 받고 SK텔레콤 티맵(T-map)의 야간시간대 목적지 281만 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매력도, 접근성, 치안, 안전, 지역 기여도 등을 종합해 최종 100선을 선정했다. 야간관광 100선의 여행지는 SK텔레콤 티맵의 야간시간대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야간관광 안내서인 '야간관광 디렉터리북'(한국어)에 소개될 예정이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동촌역·반야월역 작은도서관
'ㅅ'자 박공지붕 형태 70년간 한자리
2008년 폐역후 입석동 동촌공원 이전
76년간 대구 석탄 공급 수행 반야월역
1·2층 다락방 다양한 장서 8천권 소장
대구지역 석탄 공급의 핵심 기능을 76년간 수행하고 2008년 폐역(閉驛)이 된 반야월역사. |
'ㅅ'자 형태의 박공지붕은 1917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1938년 대구~영천 구간 광궤선 개량에 따른 새 역사(驛舍) 건립 이후 7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동촌역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붕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동촌역사는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건축면적 176㎡(약 54평)의 동촌역사 작은 도서관에는 5천300여 권의 장서가 있으며, 내부는 복층 구조로 1·2층에서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층은 다락방이어서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 위주로 장서를 배치했다고 한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휴관이 이날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동촌역에서 안심 방면으로 7㎞ 정도 떨어진 곳에도 대구선 폐선으로 폐역이 된 반야월 역사를 활용한 도서관이 있다. 같은 날 오후 늦은 시간 찾은 '반야월역 작은 도서관'은 별도 주차공간이 없어 역사를 바로 앞에 두고도 주위를 몇 바퀴나 돌다가 겨우 근처 빌라 주차장에 주차한 뒤 5분여를 걸어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휴관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역사 도서관 앞 반야월공원은 인근 주민들의 쉼터와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산책 나온 한 어르신은 사진 촬영을 하던 기자에게 "이 역이 얼마나 유래가 깊은지 아느냐"며 반야월역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3·1운동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17년 대구선 신설에 따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반야월역은 동촌역보다 6년 앞선 1932년 지금 모습의 역사가 지어졌다. 원래는 지금의 위치에서 대구시내 쪽으로 약 2㎞ 떨어진 안심연료단지 근처 동구 신기동에 있던 반야월역은 주로 대구지역에 석탄을 공급하는 기능을 했다. 동촌역과 마찬가지로 대구선 이설에 따라 2005년 여객 취급을 중단했고, 2008년 폐역이 됐다. 건축면적 117㎡(약 36평)의 반야월역은 동촌역과 달리 박공지붕이 건물의 중심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반야월역사도 2006년 등록문화재 제270호로 지정됐다. 2011년 문을 연 반야월역사 작은 도서관은 1층과 2층 다락방에 8천여 권의 다양한 장서를 갖추고 있다.
금강역 새마을호 카페
2014년 안심창조밸리 거점지역 선정
새마을호 폐열차 개조, 관광명소 거듭
역광장 버스킹·로컬푸드 직매장 인기
2005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통근열차 폐지로 3년 만에 여객 취급이 중지되고 2013년 역 기능까지 상실한 대구 동구 금강역이 열차 카페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명소가 되고 있다. |
대구 동구 안심지역 아파트단지 끝자락을 따라 금호강변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큰 건물이 하나 보였다. 바로 금강역이다. 하지만 새 역사인데도 역무원은 찾을 수 없었고, 역사 입구에 옛 새마을호 폐열차 객차 두 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마을호 객차 두량은 다름 아닌 열차 카페였다.
금강역은 대구선 이설로 폐역된 동촌역과 반야월역을 통합해 2005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대구선의 통근열차가 폐지되면서 2008년 여객 취급을 중지했다. 이어 2013년 승차권 발매 업무마저 중단하고,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 기능을 상실했다. 역사 내 벽면에 붙어있는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에는 시간과 요금은 없이 역명만 쓰여 있었다.
역 기능을 상실한 금강역은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겨 역사마저 폐허가 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4년 대구 동구청의 '안심창조밸리 조성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공모에 당선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동구청은 안심창조밸리 내 주요 거점지역으로 금강역을 선정했고, 2017년 4월 금강역에 열차 카페를 조성했다.
새마을호 폐열차 두 량을 개조한 금강역 열차 카페는 문을 열자마자 안심창조밸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근처 연밭에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200명, 주말이면 평균 600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동구의 명소가 됐다. 또 주말이면 금강역 광장 앞 야외 공연장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최되지 않던 버스킹 공연이 지난 14일 반야월연꽃마을협동조합과 안심창조밸리주민협의체 주최로 4개월 만에 소리샘의 공연으로 열려, 인근 주민들이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 광장 한편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마련돼 있어 지역 특산품인 연(蓮) 관련 가공식품과 농산물도 구매할 수 있다.
'비 내리는 고모령' 배경 고모역
현인 히트곡 등 전시 '고모역 뮤지엄'
경사 높은 고모령, 가다 서다하는 기차
징병아들 한번 더 보려는 母情 진풍경
행복한 공간 '복합문화의 장' 새 활력
'고모역 뮤지엄'으로 변신한 고모역 옛 대합실 내에 영화 '비내리는 고모령' 관련 포스터 등 각종 기록물과 가수 현인을 상징하는 히트곡 가사와 축음기 등이 전시돼 있다. |
16일 찾은 고모역은 동촌역사, 반야월역사와 달리 플랫폼 쪽 출입문이 개방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휴관을 이어 가다 지난 2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고모 뮤지엄'으로 변신한 옛 역사 대합실을 들어서자, 고모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글과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1981년 경산 열차 추돌사고와 2003년 고모역 열차 추돌사고 관련 신문기사가 시선을 멈추게 했다.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대합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3개 벽면에는 영화 '비내리는 고모령' 관련 포스터 등 각종 기록물과 가수 현인을 상징하는 히트곡 가사와 축음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왼쪽의 작은 카페에서는 커피 등 음료를 판매했다.
역사 입구에 지난해 4월1일 제막식을 가진 한국 시단의 거목 구상 시인(1919~2004)의 '고모역' 시비도 있는 고모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대구와는 깊은 인연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징병 가는 젊은이들이 탄 열차가 높은 경사의 고모령을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해 몇 번이나 정차를 해, 이때 징병 가는 아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모여든 어머니들로 그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1925년 간이역으로 문을 연 고모역은 1931년 보통역으로 승격한 뒤 1970년대엔 연간 5만4천여 명이 이용할 만큼 큰 역이었다. 당시 새벽에는 역 인근 주민들이 채소를 내다 팔기 위해 완행열차를 탔고, 밤에는 군부대 전세열차에서 내린 신병들을 보기 위해 부모들이 역 주변에 진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승객 급감 등의 이유로 2006년 11월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 한동안 버려지다시피했던 고모역은 한 민간단체가 코레일이 주최한 '간이역 위탁운영을 위한 국민제안 공모전'에 선정돼 2013년부터 '고모역 문화관'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성과 미미로 2016년 2월 위탁운영 계약이 종료된 뒤 2년 넘게 방치됐다. 이에 대구시가 고모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돼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야간관광 100선 아양 기찻길
화물전용 철로 활용후 기찻길 재탄생
전망대·박물관·갤러리·카페로 개방
금호강변·철교 어우러진 야경 환상적
'아양 기찻길'로 변신한 옛 아양철교가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면서 '한국 야간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
아양철교는 1917년 대구선 개통 당시 이곳이 아닌 현재의 아양교쪽으로 철교가 있었는데, 1935년 철로가 표준궤로 바뀌면서 새로 건설됐다. 2005년 대구선이 시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철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청천역~K2 연결선이 완공되지 않은데다, 저탄장으로의 석탄 수송과 양회 수송으로 인해 2008년까지 화물 전용 철로로 활용됐다. 73년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던 아양철교는 이후 활용 방안을 놓고 철교 위에 객차를 끌고 와서 열차 카페로 운영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지만, 안전등급에서 D를 받고 철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대구선 폐선부지의 공원화에 힘입어 2013년 말 보강공사를 거쳐 주민 통로와 전망대로 재탄생했다. 명칭은 '아양 기찻길'.
2013년 12월 아양철교는 유리 건물로 조성된 전망대와 디지털 다리 박물관, 갤러리, 카페 등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아양 기찻길은 금호강변을 따라 조성된 벚꽃 길 야경과 함께 다리 위의 철로 및 흐르는 강물을 함께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양 기찻길 디자인을 맡았던 백명진 당시 서울대 교수(디자인학부)는 다음 해 독일에서 열린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아양 기찻길을 모범 폐철교 재활용 사례로 출품해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아양 기찻길은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야간관광 100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관광산업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신규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의 추천을 받고 SK텔레콤 티맵(T-map)의 야간시간대 목적지 281만 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매력도, 접근성, 치안, 안전, 지역 기여도 등을 종합해 최종 100선을 선정했다. 야간관광 100선의 여행지는 SK텔레콤 티맵의 야간시간대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야간관광 안내서인 '야간관광 디렉터리북'(한국어)에 소개될 예정이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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