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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의식주에 대하여'

2020-07-20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의식주'는 아닌 것 같다. 이미 옷, 음식, 집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 생뚱맞은 생각은 "왜 아파트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게 됐다.

나는 주택을 좋아한다.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주택으로 하고 싶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어릴 적 살던 주택가도, 지금 사는 동네의 주택가도 모두 아파트 재개발로 밀리면서 사라지고 있다.

'왜 아파트인가(부동산적 가치는 논외로 두고)' 물어보니 아파트가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쓰레기와 주차난 문제, 집을 관리하는 것도 여간 만만찮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관리비에 '장기수선충당금' 등이 포함돼 있어 경관 보수나 공용·부대시설 등을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다. 주택의 경우 전문 수리는 전문가를 부르겠지만, 문제 파악부터 스스로 해야 하니 아파트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그 품을 돈으로 편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생활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돈에 의지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음식과 옷 또한 그랬다. 음식은 그나마 레토르트, 배달, 외식 외에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다는 선택지가 있는데, 옷은 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그렇다면 의식주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언제까지 있었을까. 40~50년 전 시골에 살았던 엄마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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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현〈훌라 프로모터〉

엄마는 어릴 땐 초가에서 살다가 슬레이트 지붕으로 집을 고쳐 살았고, 산나물이나 밭에서 작물을 경작해 먹었단다. 옷은 사 입기도 했지만 집집마다 재봉틀이 있어 엄마들이 대충 고무줄을 끼워다가 바지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때는 패션이란 게 없잖아. 그래서 대충 만들어 입히는데, 그래도 엄마들이 기가 막히게 뚝딱뚝딱 잘 만들었어."

50년 사이 산업과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품을 들이지 않아도 돈만 있다면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로 생활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얼마나 살기 편해졌는가. 다만 그 편리함에 내 삶의 자주권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은 자각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선택일 뿐이다. 내가 입을 옷, 먹을 음식, 살 집 정도는 걱정 없이 해결할 만큼 돈을 넉넉히 벌 수 있거나 삶의 기본 요소를 해결할 능력을 회복하거나, 나는 내가 전자일 줄 알았다.
나제현〈훌라 프로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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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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