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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파트로 치환되는 삶과 시간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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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현 〈훌라 프로모터〉

빨간 스프레이로 그려진 엑스 표시와 철거, 공가 글자들. 전국 어느 재개발구역을 가도 똑같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휘갈겨놓았다'는 표현이 딱 알맞은 무성의한 글자들. 주민들이 남아있는 마을에선 더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그 무성의함은 남아있는 이들이 빨리 나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인 듯하다.

집을 잠식해가는 푸르른 식물들, 누군가의 삶의 흔적들 또한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떠난 마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풍경이다. 이 풍경들이 한꺼번에 눈 앞에 펼쳐지면 복잡한 마음과 명료한 의구심에 혼란스럽다.

최근 재개발 중인 마을에 자주 가게 됐다. 사라질 마을을 기록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일터인 북성로 일부도 재개발 중이고, 어릴 적 살던 마을도 철거 중이라, 가서 작별인사를 하고 왔다. 지금 사는 집의 바로 맞은편 동네도 헐리고 있다.

사람은 없었지만 다양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어떤 집 마당에서 나무에 자동차 백미러가 박혀있는 걸 봤다. 수도꼭지도 있었다. 세수를 하고 얼굴을 단장하기 위해 설치한 모양이었다. 함석집, 한옥, 양옥, 벽돌집 등 집의 형태도 달랐지만, 형태가 같은 집이라도 제각기 삶의 방식에 따라 고치고, 꾸미며 살아온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중에는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도 포함되어 있지만, 보존할 명목이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이 많고 다양한 삶과 시간이 아파트로 치환된다는 것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

재개발에 대해 찾아봤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으로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정비구역 안에서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노후하거나 불량한 건축물을 개량하거나 건설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노후화로 인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면 당연히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마을의 정비방식이 천편일률적으로 '아파트'로 귀결되는가.

대구시도 이미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2012년에 '2020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추진하며, 전면 철거 후 아파트 개발 위주의 기존 대규모 정비방식에서 벗어나 주거환경 개선과 정비사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도 지금 현재 여전히 마을을 전면 철거한 후 아파트로 개발하는 기존의 대규모 정비방식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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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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