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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엄마와 길동이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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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현〈훌라 프로모터〉

최근 우리 집 풍경에 변화를 가져온 주역이다. 코를 골거나 잠꼬대를 할 때면 마치 사람 같고, 집에 돌아갔을 때 현관 앞에 나와 마중하는 모습이나,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마치 개 같지만, 엄연한 고양이다.

한때 장래희망이 사육사였을 정도로 동물을 좋아한 나는 어릴 적 TV동물농장을 즐겨봤다. 방송을 보며 거기에 나오는 동물은 뱀부터 호랑이까지 죄다 키우자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은 번번이 해당 동물과 함께 살 수 없는 여러 이유를 들며 나를 설득했는데, 유독 고양이는 단지 고양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했던 기억도 있다. 최근에야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인터넷상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로 고양이가 사랑받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쯤만 하더라도 고양이는 요물로 여겨졌고, 우리 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 겨울, 그 요물이 우리 집에 입성했다.

길동이는 길고양이로, 아픈 녀석을 사무실에서 구조했다. 그러다 불가피하게 우리 집에 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처음 길동이를 집에 데려왔을 때, 엄마는 단단히 화가 났다. 고양이는 싫다고 했음에도 구구절절 구조하게 된 이야기와 구조 후 수술을 받은 이야기 등 온갖 불쌍한 점을 들어 기어코 데려왔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다 치워야겠네." 변화는 오해를 푸는 것에서 시작됐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동물이라거나 밤만 되면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운다는 등 고양이는 꽤 많은 오해를 받고 있었다. 어쩌면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모를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동이가 하는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 드리고, 고양이와 인사하는 방법, 쓰다듬는 방법 등을 차근차근 알려드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엄마가 인간의 논리에 국한한 채 길동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해할 순 없지만, 말을 못 할 뿐, 자기 생각과 의지가 있는 녀석'으로 생각하고 배려해주었다. 길동이도 그 배려를 느꼈는지 이제는 뒤집고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릴 정도로 엄마와 친해졌다.

엄마와 길동이가 관계를 맺어온 과정을 보고,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차별이나 혐오가 서로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싫다고 외면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보는 것.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가장 힘들면서도 쉬운 방법이다.
나제현〈훌라 프로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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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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