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호재〈거리공연가'삑삑이'〉 |
말 그대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계는 지독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레이스는 결승선이 어딘지, 어떤 코스를 지나는지, 어느 포인트에 마실 물이 있는지 등 어떠한 배려도 준비돼 있지 않은 불친절한 레이스였다.
레이스를 가장 먼저 포기한 무리를 보았다. 이 레이스가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본인의 레이스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빠르게 레이스를 기권하고 보다 안정적인 레이스로 코스를 바꾸는 사람들이었다. 그 누구도 지금의 레이스를 그만둔다고 해서 욕하거나 비웃을 사람은 없다. 오히려 더 영리하고 다른 레이스에서는 더 잘할 수도 있다.
레이스를 뛰고 있는 대부분의 무리를 보았다. 끝없는 레이스에 지친 그들은 화도 냈다가, 울어도 봤다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힘들어도 이 길밖에 없다. '그래도 레이스는 끝이 나겠지'라는 생각 하나로 계속 달린다. 그중에 일부는 앞으로 나올 코스들을 대비하고 여러 준비도 한다. 약간의 개인차만 있을 뿐 비등비등하게 달려간다.
레이스의 선두 쪽에 있는 소수의 무리는 매우 유명한 사람들이다. 이들도 그렇다고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주자들에 비해서는 달릴 만할 것이다. 주머니에 마실 물도, 달콤한 초콜릿도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부분의 무리에서 나름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제 곧 레이스의 끝이 보이겠거니 했다. 바보같이 방심했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 빨리 달렸다.
주위에 많은 이들이 같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점점 길어지고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오버페이스를 해버린 것이다. 예술인들은 레이스 도중에 마실 물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비유하지 않고 말할까 한다. 지금 예술인들은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사소한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사소한 문제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다. 예술가들을 먼저 생각해 달란 말이 아니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갇혀있는 예술인들을 도와달란 간곡한 부탁이다.
정호재 〈거리공연가 '삑삑이'〉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