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백수범〈변호사〉 |
살다 보면 다툼도 생기고 몸도 아프게 마련이다. 그럴 때 누구든지 남의 다툼에 끼어들고 누구든지 남의 몸을 다룰 수 있게 하면 일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그래서 다투는 규칙을 정해놓고 그 규칙을 공부한 사람만 남의 다툼에 끼어들 수 있게 하고, 몸의 규칙을 공부한 사람만 남의 몸을 다룰 수 있게 한다. 그 사람들은 그 일만 해서 먹고살 수 있게 해주되, 그 사람들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인정해주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기로 약속한다. 사람들은 사회에 꼭 필요하고 어려운 일을 한다고 존중까지 해준다. 바로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자격사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사회가 특별한 자격과 의무를 동시에 주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거드름을 피우는 전문자격사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살면서 존중받는 데 익숙해지니, 그게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기 쉽다. 그리고 자기 같은 '특별한 사람'이 많아져서 '보통 사람처럼' 대우가 낮아지는 걸 싫어하게 된다. 그럴 때 일부 전문자격사들이 생각해낸 가장 센 방법은 자기들만 할 수 있는 일을 다 같이 안 해버리는 것이다. 그게 파업이다.
남의 다툼에 끼어들거나 남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필요하고 그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 전문자격사들은 정책 결정을 위해 자기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을 제공할 수 있고 제공해야 하지만, 그들에게 정책 결정을 맡길 수는 없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자격을 위임받은 사람들이지 위임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다툼과 내 몸을 전문자격사들에게 맡길 사람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특별한 자격과 의무를 줄 사람들이 정해야 한다. 전문분야의 의견을 들어 사회가 정하는 것이다.
위태로운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사태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변호사 수 증원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이 재판을 집단으로 거부하면 그 사람들은 사회가 합의한 변호사인가 아닌가. 진료를 보지 않는 의사는 의사인가 아닌가.
"의사들의 권리와 권한은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조건으로 사회와 시민이 준 권한이다." 의사들의 파업중단을 호소하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의 한 구절이다.
백수범〈변호사〉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