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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
2020년은 여러모로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진 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을 꼽자면 역시 '코로나19'일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외출 시 마스크가 필수인 시대. 실내에 입장하려면 스마트폰 QR코드로 스스로를 인증해야 하는 시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각자 혼자이기를 선택해야 하는 지금의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급속히 변화가 일어나면서, 2020년 이전의 일상은 아득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전염병은 인류를 정복할까. 환경 변화는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까. 서로 친밀하게 마주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간관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질문에 상상력으로 응답할 수 있는 것이 SF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한국 과학소설의 시작을 이끌어간 작가 한낙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가 집필을 시작하게 된 당시 처해 있던 상황은 오늘날의 모습과 다른 듯 닮아있다. 한낙원은 1950년대에서부터 1990년대까지 꾸준하게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SF소설을 집필, 발표해 온 작가다. 그가 SF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 1950년대의 한국은 6·25전쟁 직후로, 과거의 가치들은 무너지고 미래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직후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당시와 오늘날의 유사함을 다소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낙원은 '과학'이라는 매개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고자 했다. '잃어버린 소년' '금성 탐험대' '우주 항로' 등의 작품은 인류의 과학이 발달하여 우주로 진출하고, 다른 문명과 조우해 갈등과 화해를 이루는 모험담을 보여주고 있다. 한낙원이 보여주는 선진화된 미래에 대한 낙관은 당시 독자들의 꿈과 희망을 북돋우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의 미래에 대한 낙관이 오늘날에도 유효할지는 의문이지만, 상상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전환했다는 점은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덧붙여 한낙원의 SF소설 발표 창구가 되어주었던 잡지 '학원'이 대구에서 창간된 청소년 잡지라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한 점이다. 불안하고 우울한 언택트 시대, SF소설을 통해 현재를 넘어서는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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