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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역·터미널을 예술공간으로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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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시인〉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어느 지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곳 역이나 터미널의 풍경을 잠시 살피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다. 간이역은 그 자체로 소박하고, 소도시와 시골 터미널은 여러 사정으로 세련되지 못하다. 대부분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정겨운 곳이 있고 더러는 쓸쓸해 보인다.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은 많은 승객이 출입하는 공공 관문이며 그 지역의 얼굴이다. 또 단순히 왕래만이 아니라 떠나고 보내는, 돌아오고 맞이하는 가운데 특별한 정서와 감성이 생겨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대구역 맞이방에서 시계를 보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포옹을 푼 뒤 창문에 입술을 찍으며 작별하는 연인들. 그 배경의 터미널이 아름다우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3대광역시 대구의 복합환승센터를 멋있게 건축하기를 나는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외관은 볼품없고 실내는 미로에 통로마다 가게만 즐비하며, 비좁고 어두컴컴한 승차장은 외양간 같았다. 백화점이라는 근사한 옷 한 벌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마지못해 짜깁기한 초라한 터미널이었다. 적게 투자하고 높은 수익을 바랐겠지만 그곳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구성한다면 물심양면의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동대구역도 마찬가지다. 빈 전광판마다 '광고접수'라고만 적혀있는데 그곳에 대구 화가들의 그림이라도 넣어주기를 바란다. 겨우 타일 작품 하나가 있지만 한참 높은 곳에 있어서 눈여겨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러니 승객들은 앞도 뒤도 안 본 채 오가고 오로지 휴대폰만 쳐다본다. 그나마 역 마당에 조촐한 조경과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공공건물을 지으려면 여러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그렇더라도 역과 터미널은 인생의 해후에 비유될 만큼 의미 있고 유용성이 큰 장소이므로 특별히 더 가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공간을 분할해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영상 작품도 설치하고, 그 틈에 '대구콘셉트'도 마련하면 어떨까.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상벤투 역 내부는 전체가 타일 벽화 아줄레주로만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해외 여행객이 그 역을 보기 위해 온다. 역이 관광상품이다. 대구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보자. 혹여 누가 비장하게 떠나갈 때 그 뒷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고, 우리가 먼 여행에서 지쳐 돌아올 때 맨 먼저 맞아주는 곳이 역과 터미널이다. 오래도록, 언제나!
사윤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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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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