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014010001545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잠든 문학을 깨우는 출근길

2020-10-15

temp_1598838956488.346202839
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더울 때는 그늘만 골라 다니며 허겁지겁 출근하느라 여유가 없었지만, 찬 바람이 불고 하늘도 높아지니 출근길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대구문학관 출근길은 각별한 데가 있다. 문학관이 중앙대로에 있는 터라 미처 깨어나지 못한 조용한 상점가를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북적거리기 일쑤인 곳이 아직 하루를 시작하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공기를 헤치고 가는 재미가 있다.

지금은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 중앙대로라고 하지만 문학관이 있는 자리는 '향촌동'이었다. 북성로 일대를 아울러 부르던 지명인 향촌동은 문학관으로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한때 대구의 중심지로서 특히 1950~60년대 문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학관을 향하는 출근길은 지금은 잠들어 있는 대구 문인의 발자취를 따라 밟는 길이기도 하다.

한때 극장이었다가 지금은 종합공연장이 된 대구콘서트하우스 맞은편 길을 건너면 구상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꽃자리다방이 있다. 옛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같은 건물에서 새롭게 탄생한 꽃자리다방이 운영 중이다. 맞은편에는 피아노가 있던 백조다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꽃자리다방을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문학관 뒷길이다. 그 길엔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리던 백록다방, 시인 구상이 한턱 쏘던 대지바, 전쟁 중에도 문인들이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르네상스다방이 있다. 골목을 지나 문학관을 끼고 중앙대로 쪽으로 돌아 나오면 50년대 문인의 작품을 다수 책으로 엮어낸 문성당 출판사가 있던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을 등지고 출근하면 문인들이 남긴 글이 전시장 속 어둠에 잠겨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전시장의 불을 밝히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문학관의 업무는 문인들의 글을 수집하고 연구해서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심이다. 문학이 오래도록 독자에게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말하자면 문학이 사람의 곁에서 늘 깨어있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 문학이 탄생한 향촌동을 깨우는 것도 문학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중심은 문학이어야 할 것이다. 문인들이 향촌동 카페에서, 술집에서 역동적인 삶의 활기를 발산한 것도 문학 때문이었으니까. 언젠가 문학의 품 안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향촌동의 모습을 꿈꿔본다.
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