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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이름값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2020-10-15

국민 함께·야당과 함께 아닌
‘청와대와 더불어’로 일관해
증인 봉쇄한 ‘방탄국감’ 용렬
巨與 폭주는 민주주의 파괴
협치 시동, 정책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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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공자 맹상군은 제나라·진나라·위나라의 재상을 지낼 만큼 재주와 인품이 걸출했다. 인재들과의 교유를 특별히 중하게 여겼다. 맹상군이 식객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소문이 나자 그의 영지 설(薛)지역엔 항상 사람이 넘쳐났다. 훗날 사마천은 "맹상군이 천하의 인재와 협객을 불러 모았으니 설(薛)로 이주한 가구가 대략 6만호나 됐다"고 사기(史記) 열전(列傳)에 기술했다. 그리고 "맹상군이 객을 좋아하고 스스로 즐거워했다고 하니 그의 이름이 헛 된 것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사자성어의 유래다.

지금은 사라진 신문 연재소설. 하지만 인기 연재소설이 신문 구독자를 늘릴 만큼 흡인력을 과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도 학창시절 신문소설에 푹 빠졌다. 조선일보 ‘별들의 고향’, 동아일보 ‘휘청거리는 오후’가 연재될 때였다. 최인호를 통해 ‘문장이 난다’는 걸 실감했고, 현대인의 물질숭배와 위선을 까발린 이야기꾼 박완서에 매료됐다. 다음부턴 두 작가 소설은 믿고 봤다.

명불허전의 표상을 꼽는다면 모차르트와 베토벤 아닐까. 어떤 수사(修辭)로도 그 명성을 온전히 채우진 못할 듯싶다. 메시, 호날두, 손흥민은 스포츠계의 이름값 보증수표다. 클레이코트의 지존 나달은 또 어떤가. 로마의 카이사르는 적과 전투를 벌일 때 이름이 좋은 장병을 최일선에 세웠다. 이름 운을 믿기도 했고 이름값을 할 거란 신념 때문이었다.

이름값을 못 하는 정당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다. 이름이야 얼마나 좋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란 말이 들어가는 정당 명칭은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게다가 그냥 민주당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는 ‘국민과 더불어’ ‘야당과 더불어’일 텐데 국민과 더불어는 민의를 받든다는 뜻일 게고 야당과 더불어는 협치를 의미한다. 통치자의 덕목인 여민동락(與民同樂)에 녹아 있는 함의 역시 ‘백성과 더불어’다. 그런데 민주당이 민심을 받들었나? 야당과 협치를 제대로 했나? 아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더불어는 ‘청와대와 더불어’였다.

총선 압승 후에는 ‘176석의 폭주’가 시작됐다. 국회 원 구성, 부동산 관련법을 거여(巨與)의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국정감사에선 불리한 증인 채택을 아예 봉쇄했다. 당 운영도 독재적이다. 의원 개인의 소신과 색깔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된 자유투표는 당론이란 미명 아래 뭉개지기 일쑤였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일진대 ‘일사불란’을 표방한다면 ‘민주’란 명칭을 쓸 자격이 없다. 박정희 시대의 유신정우회도 아니고.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여당이 야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가 파괴된다"고 말했다. 마침 제1야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우와 결별하려 한다. 지금이 협치 시동의 적기다. 민주당이 ‘시장과 더불어’ ‘일자리와 더불어’ 쪽으로 정책 좌표를 재정립하면 여야의 교집합 지대가 넓어질 것이다. 국민의힘의 변신도 절실하다. 진정 국민의 힘을 얻고자 한다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두호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재벌 비호정당, 웰빙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정당은 대의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동력이자 견인차다. 우리 정치의 명운이 오롯이 정당에 달려 있다. 민주당에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엔 국민의 힘이 보이지 않는 풍광은 생경하다. 이제 이름값 좀 하자. ‘더부룩 민주당’ ‘국민의 짐’이란 조롱은 받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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