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마케팅 '황금진'…사과 소비 부진 젊은층 집중 공략
직거래 활성화 "농가 소득 보전"
프로야구 개막전 등서 홍보 판촉
전국 최대 매장 상시 판매대 확보
평가 부진 유통공사 과감히 정리
유통센터 전환 통한 시스템 재정비
처리물량 확대·물류비 절감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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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희 청송군수가 집무실에서 올해 생산한 황금사과(시나노골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전국 최고의 사과 고장으로 유명한 청송군이 민선 7기 윤경희 군수 취임 이후 경영 마인드를 접목한 다양한 유통정책으로 사과 부문 최고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역 농업소득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청송 사과를 더욱 특화하고, 사과 부문 최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유통·마케팅 분야에서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형·기후에 기술력 더해 명품 생산
그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이 특산품이 되기까지는 가장 먼저 최고의 품질로 생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탁월한 자연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청송군은 해발 250m 이상의 산간지형이자 고지형 분지이며, 생육 기간 중 일교차가 13.4℃로 커서 사과 재배에 아주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또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등의 날씨 여건 또한 맛있는 사과를 탄생시키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청송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고목의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데다 계속해서 현시대에 맞는 품종으로 갱신하고 있다. 관수 및 지주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품질 좋은 퇴비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교육으로 사과재배 기술까지 월등히 향상됐다. 이런 조건들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딱딱 맞아 들어가 명품 청송 사과라는 최고의 과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청송 사과'는 2020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사과 부문에서 8년 연속 '대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차별화 측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소비자 반응이 우수한 '시나노골드' 품종을 '황금진' 브랜드로 개발해 '황금사과' 이미지를 선점하고 붉은색으로만 치우친 사과 시장에 시각을 자극하는 컬러(color) 마케팅의 남다른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황금사과는 사과 소비가 부진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품종이어서 미래 고객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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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황금사과가 금빛을 내며 주렁주렁 달려있다. <청송군 제공> |
◆'황금진' 컬러 마케팅으로 시각 자극
전국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과의 최대 주산지인 청송군은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의 공략을 위해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 품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또 도래할 생산량 증대 시대를 대비해 '황금진'이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함으로써 황금사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축했다.
황금사과는 상대적으로 사과 소비가 부진한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은 품종으로 청송 사과의 미래 고객이 되어줄 젊은 세대와 백년대계를 꿈꾸고 있다.
황금사과를 전문 취급하고 있는 김해환 청송 현서농협 조합장에 따르면 "같은 황금사과라도 다른 지역산에 비해 사과 상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청송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황금진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이 더해져 이미 대도시 대형 매장들에서는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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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희 청송군수가 농가를 찾아 사과 수확 일손을 돕고 있다. 〈청송군 제공〉 |
◆군수가 청송 사과 홍보 직접 지휘해
지난해 10월22일 치러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는 '2019 한국시리즈 청송 황금사과의 유혹'이라는 주제로 서울시민과 관람객들에게 황금사과를 비롯해 3만 개의 청송 사과를 무료로 나눠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지역특산품 홍보가 펼쳐져 다양한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 노력과 열정에 보답하듯 한국시리즈를 주관한 KBO에서는 경기장 내의 메인 전광판에 '산소 카페 청송군'과 '황금사과'(황금진), 청송 사과 축제 홍보 이미지를 계속 부각시켜 청송군 및 청송 사과 홍보에 큰 성과를 이룬 바 있다.
단일 매장으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서초구의 농협유통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사과 홍보 판촉 행사도 가졌다. 또 청송 사과 상설 판매를 제안함으로써 청송 사과 전용 냉장 판매대를 확보했다. 양재점과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정 판매대를 보유한 지역 농산물은 전국에서도 몇 종류가 안 된다. 전국 최대 매장에서의 최고 사과 상시 판매라는 서로의 명성에 걸맞은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부실 공기업 청송사과유통공사 정리
청송군은 매년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던 부실 공기업인 청송사과유통공사를 정리함과 동시에 유통센터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청회를 통해 운영체계 변경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그 결과 해산을 결정하는 주주총회 투표에서 98.4%의 압도적 찬성을 받아 해산하게 됐다. 이로써 청송군은 청송 사과의 전국적 생산과잉 시대를 대비해 산지유통 시스템의 재정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유통센터로 전환 후 '현동APC'는 기존의 APC 기능을 유지하고, '주왕산 APC'에는 숙원사업이었던 공판장을 개설해 처리물량 확대·농가 판로처 다변화·물류비 절감 등 지역 농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체계를 정비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언론과 학계에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재정이 건전하지 못하고 성과가 저조할 경우 주민의 손으로 직접 해산하고, 전문 운영체제를 도입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사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부가가치 위해 농산물 택배비 지원
청송군이 시행한 사과 정책사업 중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이 있다면 '농산물 택배비 지원 사업'이다. 사과를 APC나 공판장에 출하하는 것보다 소비자와 직거래 하면 추가 소득이 생긴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4월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에 대해 택배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현금 대신 지역 화폐인 '청송 사랑 화폐'로 지급된다. 직거래 활성화를 통한 농가 소득의 보전 및 지역 상권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편으로, 인근 지자체들에서도 시행과정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남들이 해놓은 것을 그저 따라 하기보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영 논리를 접목한 정책만이 청송 사과를 최고의 브랜드로 유지함과 동시에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후 변화와 재배지 확대 등 여러 불안한 예측이 오가는 현시점에서 경기침체와 과일 소비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즉각 대비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 정비와 선제적 홍보마케팅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송사과가 올해로 8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대상에 선정된 쾌거에 만족하지 않고, 포화상태인 사과 시장에서 유통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은 단단한 내실을 다지는 길이다. 아울러 황금사과를 활용한 컬러 마케팅과 미래 고객인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어 청송군이 만들어가는 황금사과의 내일이 주목되고 있다.
글·사진=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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