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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토크 人사이드] '한중수교 막후 공신' 대구 출신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장

2020-11-25

"한반도 평화통일 사명 이루려고 21세기형 독립운동가의 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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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한중교류협회 김한규(오른쪽) 회장이 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대구 출신인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은 28년 전 성사된 한중 수교의 막후 공신이자 양국 민간외교의 산증인, 역사 그 자체다. 1992년 수교 협상 때 공식 채널에서 뭔가 막히면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별도로 접촉해 막후조율로 풀곤 했다. 수교 후에도 중국 지도자들과 다양한 '시'(關係·중국인들이 중시하는 인간관계)를 맺었고, 2000년엔 중국 인민외교학회를 파트너로 하는 21세기한중교류협회를 창립해 본격적인 민간외교 활동에 들어갔다. 한중 양국 민간교류를 위해 수백 차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교류협회 차원에서 한국으로 초청한 중국의 고위인사만도 수천 명에 이른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있지만 교류협회가 정기적으로 양국을 오가며 중국 측과 공동주최하는 포럼만도 5개(고위지도자포럼·여성지도자포럼·국방안보포럼·고위언론인포럼·차세대정치지도자포럼)에 달한다. 수시로 양국 경제인 간담회, 고위 안보·경제간담회 등도 갖는다. 21세기한중교류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 인근 교류협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김 회장은 감회에 찬 얼굴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며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21세기형 독립운동가'가 된 심정으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이 돈독한 이웃 관계를 회복하기까지 민간교류가 큰 역할을 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20년 동안 중국 사람들과 만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중국 사람들의 기질도 파악했을 법합니다만.

"양국 사이에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소통으로 '시'를 넓히면서 한중 네트워크를 형성해왔습니다. 텍스트에 의존해서 중국을 이해하려고 하면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논문 같은 학술 서적이나 신문을 통해서 얻는 지식에만 의존하면 중국을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알고 접근하려면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지식이 필요한데, 장인이 오랜 시간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처럼 체득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중국인은 이를 '공부(工夫·시간)가 좋다'고 표현하죠."

김 회장은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 실무부위원장을 맡으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둔 중국이 당시 미수교국이던 한국에게 대회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 일을 실무적으로 책임지고 처리한 사람이 당시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었던 김 회장이다.


베이징아시안게임 2년 앞두고
中, 대회 노하우 전수 공식요청
실무 맡아 고위급 인사와 친교
1992년 8월 정식 수교 밑거름


▶30년 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한 중국의 지원요청을 적극 들어 준 일이 '시'의 시작이고, 그 이후에도 민간교류를 하는데 중요한 인적 자산이 됐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특명에 의해 국회 올림픽지원특위 위원장으로서 베이징 아시안게임 지원단장을 맡았습니다. 중국을 오가며 현지 고위급 인사들과 친교를 나누며 지원방안을 논의했는데, 그 일을 밑거름으로 1992년 8월24일 한중 정식 수교가 이뤄졌습니다. 저도 공로를 인정받아 한중 수교 당일 베이징 시청에서 처음으로 한국 국기를 게양하는 영광을 누렸죠. 하하…"

수교 후에도 중국 고위 지도자들과 교류를 이어가던 중 2000년 10월17일 중국 주룽지 총리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21세기한중교류협회가 첫발을 내디딘다. 당시 주룽지 총리가 한중 민간교류단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한국 측에선 김 회장이 맡아 달라고 각별히 요청했다. 21세기형 독립운동가의 길이 이때 시작됐다.

▶오랜 기간 민간외교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고, 또 보람도 있었을 텐데요.

"어려운 점은 일일이 말할 수도 없지만 '21세기형 독립운동가'가 됐다는 각오로 이겨냈습니다. 실제로 민간 차원에서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하기도 했죠.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고위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고 동북공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 일이 기억납니다. 2008년엔 한중통화 스와프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고요."

김 회장은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하얼빈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는데, 그 무렵 헤이룽장성 지도자들에게 안중근 기념관 복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제안과 맞물려 현재 하얼빈시 역사관의 안중근기념관 복원사업이 결실을 보았다. 또 헤이룽장성의 지도자들을 설득해 이범석 장군 흉상을 건립하는 것은 물론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의 고향인 중국 양저우시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치원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노력했다. 이 같은 공로로 최치원 기념관 내에 '한중수교 15주년 기념 21세기한중교류협회 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2000년에 민간교류협회 첫발
통화스와프 문제해결 등 기여
한반도 통일 中협력이 절대적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해야



▶코로나19 사태로 한중 양국 간 민간교류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어려운 시기지만 우선 화상을 통해서라도 교류의 끈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12월1일 '제20차 한중고위지도자포럼'을 화상으로 엽니다. 또 내년부터는 지방정부 간 포럼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중국 지방정부는 23개의 성,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 2개의 특별행정구로 이뤄져 있죠. 각 지방정부 모두 하나의 국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지방정부 간 교류는 매우 중요합니다. 각 지방정부의 사정이 모두 다른 만큼 지방정부 간 교류를 통한 이해 증진이 필요한데 민간 차원에서 역할을 할 수 있죠."

김 회장은 "지방정부 간 교류로 확대되면 한중교류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외교가 폭이 넓어지는 셈"이라며 "이 일의 궁극적 목적은 언제가 될지 모르나 반드시 우리 앞에 오게 될 평화통일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의 장애 요인이 돼서는 안 됩니다. 중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진정성 있는 '시'를 형성해야 도움이 됩니다. 한중 양국이 '운명공동체'란 비전을 공유하고 그 비전 속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란 목표도 반드시 공유해야 합니다."

대담=송국건 서울본부장 song@yeongnam.com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장쩌민
1995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김한규(오른쪽) 국회의원이 장쩌민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1세기한중교류협회 제공〉

◆김한규 회장=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한인유학생회 회장), 러시아 사회과학원 정치학 박사, 중국 헤이룽장성대학교·산둥대학교·하얼빈공정대학교 고문 교수, 중국 장쑤성 양저우대학교 명예교수, 대구한의대학교 석좌교수,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13·14대 국회의원, 국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88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실무부위원장, 국회 88올림픽지원특위 간사 및 위원장, 김영삼 대통령(당총재) 비서실장, 총무처 장관, 중국 국무원 부빈개발협회 특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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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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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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