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북 경산 중산지구 내 도로변에 경산시에서 내 건 '분양권 다운거래 집중단속' 현수막이 걸려있다. |
대구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 닷새가 지난 25일 찾은 수성구 범어·만촌동 부동산시장은 관망세 속 매도 및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거래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범어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고객들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아파트 매매 호가는 그대로지만, 지난주 정부 발표 이후 집을 팔려는 문의가 꽤 늘었다"면서도 "지난 주와 비교해 매물 물량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8·9월에 비해 매물이 20~30% 가량 줄어든 것을 사실이다. 특히 범어동 한 단지의 경우 매물이 8·9월에 비해 70~80% 가량 줄었다"면서 "집 값이 지속적 오름세에 있다 보니 조금만 더 있다가 팔자는 심리가 강한 듯 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매매가 상승이 가장 큰 범어동의 경우 매물뿐 아니라 전세 물량도 여전히 부족현상을 보였다. A씨는 "범어동 지역 전세 물건도 여전히 수요에 비해 모자란다"며 "매매가가 너무 오른 탓에 전세를 구하려는 고객이 많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범어동과 더불어 수성학군 수혜지역인 만촌동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세 부담 증가에도 만촌동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였다.
만촌3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만촌동의 경우 명문 학교가 집중돼 있어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며 "특히 고소득 전문직 집주인이 많다보니 종부세 증가 우려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만촌3동의 경우 전용 84㎡ 아파트가 3개월여 만에 평균 3억원 이상 올랐다"며 "당분단 주택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분위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종부세 부담액이 기존 대비 2~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여, 종부세 납부 기한을 기점으로 집을 팔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수성구 파동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C씨의 사무실은 지난 주 정부 부동산 규제 발표 이후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C씨는 "취득세 인상 등 정부 규제로 서민 주거지역인 파동의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얼어 붙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지난 20일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단 한 건의 매매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고, 상담조차 없었다. 수성구 내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던 파동까지 규제지역에 포함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동의 경우 재개발로 단독주택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아파트 가격은 최근 2~3년간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 C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파동 등 비(非)과열지역을 고려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주택가격은 시장에 맡겨두었으면 한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비(非)수성구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풍선효과는 당장 수성구와 인접한 경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성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불과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매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성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게 경산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지역인 경산은 분양권 전매까지 자유로워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 속에서도 과열 양상은 보이자 경산시청에서 '분양권 다운거래 집중단속'이라는 현수막을 내 걸 정도였다.
경산 중산지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D씨는 "최근 중산지구 일원 전용 84㎡ 아파트의 호가가 2~3개월 전보다 10~20% 가량 올랐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싼 물건들도 있다"며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그는 "갭투자에 나선 고객들의 문의는 많지만 집 값이 오를 것이란 심리가 퍼지면서 최근까지만 해도 꽤 있었던 아파트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특히 조만간 중산지구 한 신규단지의 청약 흥행 여부를 보고 집을 팔겠다는 고객이 상당수"라며 실수요자의 꼼꼼한 판단을 주문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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