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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아브라카다브라

2020-12-31

코로나19에 정치 빙하기까지

징글징글했던 경자년 아듀!

내년 '예전의 일상' 돌아가길

신의와 상식의 국정 펼치고

불평등 완화 단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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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고대 히브리어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이다. 의미가 그렇다보니 마법사의 주문(呪文)으로 흔히 사용됐다. 우리의 '수리수리마수리' 같다고나 할까. 기독교 바시리드파에선 성령의 도움을 청하며 기도할 때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쳤다고 한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굳이 어감(語感)을 따질 이유가 없다. 함의만으로도 매력적인 단어이니까. '아브라카다브라'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오묘한 말을 더러 건배사로 썼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면서 세계인이 바이러스 난마에 꼼짝없이 옭아 매인 꼴은 처음 본다. 내년이라고 만사형통·운수대통의 해가 되랴만 징글징글했던 경자년을 지나보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나고 다니고 먹고 대화했던 소소한 일상이 누구에게나 그리웠으리라. 모쪼록 신축년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아브라카다브라.

정국은 갈등과 공전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정치 빙하기였다. 추미애 아들 병가 블랙홀, 윤석열 징계 블랙홀이 줄줄이 이어졌다. 민생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쟁만 격화됐다. 국정은 소용돌이쳤다. 여야 대립은 평행선을 달렸고 여당의 폭주는 멈출 줄 몰랐다. 마치 '권력의 증강현실'을 보는 듯했다. 협치는 사라졌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만 옳다는 아집과 확증편향이 상식과 규범을 뭉갰고, 거여(巨與)의 입법 독재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노정했다. 검찰의 정략적 권한 남용, 사법부의 과잉판결 또한 상식의 잣대론 납득 불가였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국민의 희망과 욕구 팽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때 국가 위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작금의 대한민국 실상이 딱 그렇다. 다시 상식과 신의가 작동하는 정치를 구현해야 할 때다. 여의도는 경세제민의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상실한 정의와 공정의 가치도 되살릴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아브라카다브라.

민생 회복도 시급하다. 집값 급등은 자산 불평등을 악화시켰고 코로나19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생계를 덮쳤다. 취약계층이 이렇게 수직낙하한 해가 또 있었을까. '영끌' '아파트 디바이드' 같은 신조어는 황폐해진 부동산 시장의 일단을 웅변한다. 국민여론도 문재인정부의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부동산 대응을 꼽았다.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3위가 격화소양(隔靴搔양)이다.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의미다. 마치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빗댄 맞춤형 어휘 같다. 무능의 귀결이라고 해야 하나, 무지의 소산으로 봐야 하나. 시장에 맞서지 말고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엔 이 극단의 경제 불평등을 완화할 단초가 마련되기를. 아브라카다브라.

경제 양극화와 함께 이념과 진영의 골도 올핸 유독 깊게 패였다. 코로나19는 디바이드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 디지털 디바이드, 정보 디바이드, 직업 디바이드, 안전 디바이드까지. 갈라지고 쪼개진 국민들, 영락없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의 형국이다. 국가의 역할이 참으로 엄중해졌다. 임사이구(臨事而懼)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 큰 일에 임해 비장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은다는 뜻이다. 드라마·영화에도 늘 반전(反轉)은 있더라. 신축년이 대한민국의 티핑 포인트가 되기를. 아브라카다브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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