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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적폐란 무엇인가

2021-01-14

'트럼피즘' 미국의 분열 추동
적폐청산 旗幟 내건 文 정부
새 폐단으로 '촛불정신' 뭉개
무능·얼치기 정책·권력 남용
민생과 법치 위협하는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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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무시(無時)로 거짓을 뇌까리고 편 가르기로 지지층을 선동하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법과 규범을 무시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추락시킨 포퓰리스트. 누구일까. 도널드 트럼프다. 19세기 미국을 둘러본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극찬했지만 아울러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감도 표출했다. 그 우려가 오늘날 '트럼피즘(Trumpism)'으로 나타난 걸까. '트럼피즘'은 진상 지도자 트럼프의 경제·군사·외교 정책은 물론 개인성향, 정치공학 따위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American first',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극렬 지지자 미 의회 난입 사태가 '트럼피즘'의 산물이다. 아무튼 트럼프 같은 인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제도라면 민주주의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트럼피즘'은 미국의 분열을 추동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동맹의 가치를 훼손했으며 기후변화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단언컨대 '트럼피즘'은 미국과 세계의 적폐다. '적폐'란 말,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유난했다. '촛불 시민'이 문 정부의 산파역이어서다. 2016년 겨울의 광화문 촛불집회는 광장 정치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단 한 건의 폭력도 없었다. 평화시위로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심판하고 헌정질서를 복원했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 정부는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박근혜정부의 대법원장도 사법농단이란 죄목을 비켜갈 수 없었다. 적폐청산은 정당했으나 다만 절제하지는 못했다. 지난 정권의 죄상을 파헤치고 까발리고 징벌하고 응징하는 것만이 적폐청산은 아닐 것이다. 국민통합과 관용이 더 효과적인 적폐청산일 수도 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도 "성공한 제국의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문 정부는 통합과 관용이 없었다. 대신 과거 정권의 적폐를 답습하고 새로운 적폐를 만들었다. 아집, 전횡, 독선, 내로남불의 행태는 권력에 달라붙은 거머리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적폐(積弊)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다. 폐단(弊端)은 '어떤 일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말한다. 문 정부의 폐단은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제1야당에 주는 불문율을 파기했고, 공수처법을 비롯한 여러 쟁점 법안도 거여의 완력으로 일방 처리했다. 검찰개혁에 나선 법무부는 정작 비개혁적 방법으로 일관했다. 징계를 남발하고 법치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 검찰의 적폐를 없앤다며 또 다른 적폐를 선보였다.

정부의 얼치기 정책도 민생을 위협하는 적폐다. 불로소득을 방치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무능도 적폐에 해당한다. 법 만능주의나 경제활동을 옥죄는 규제 역시 적폐다. 졸속입법과 규제는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데다 국민들이 그 덤터기를 쓰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 세계 최저였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 겹겹이 쌓인 폐단의 결과물 아닐까.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1천2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적폐와 무관치 않을 터다. 문 정부 출범 후 4년 가까이 국력을 소진하며 적폐청산을 한 결과가 고작 요 모양이라니.

민주주의를 지탱시키는 요체는 권력의 분점과 절제다. 선한 의도라도 권력 남용은 법치를 파괴하고, 선한 정책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독이다. 이런 해로운 현상들이 쌓이면 적폐가 된다. '촛불 정신'을 뭉개고도 문 정부는 여전히 '촛불 정권'이라고 착각한다. 자칭 '촛불 정권'에 국민은 묻고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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